제1582장

윤혜영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강찬양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말 끝마다 주인님 거리면서 정작 주인님 말은 안 듣는다?” 강찬양이 두 손으로 윤혜영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 “주인님, 말 잘 들으면 안경 벗어줄래?” 그게 무슨 말인지를 너무도 잘 알았던 윤혜영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안경을 벗었다. “고분고분 말만 잘 들으면 뭐든 다 돼.”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한 입에 잡아먹힌 윤혜영이다...... ...... 그 시각, 고연화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동시에 탁지훈의 헛소리에도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있다. 탁지훈과 단 둘이 아이 셋을 돌보고 있는 터라 한 가족으로 의심받기 쉬운 상황, 고연화는 한시라도 빨리 혜영이와 강찬양이 오길 바란다. 왔으면 하는 사람은 안 오고 되려 육호중과 유영이 들어왔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탁지훈은 이내 살짝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유영을 데리고 고연화의 곁에 와 앉은 육호중은 도준이의 볼살을 만지작대며 물었다. “보스, 혜영이는? 같이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방금 화장실 갔어.” 고개를 끄덕인 육호중은 자연스레 식기 세트를 유영의 앞에 건네줬다. “방금 집에서 얼마 안 먹었잖아, 더 먹을래?” 유영이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배불렀어요......” 그 모습을 눈에 담은 고연화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혜영이한테서 들으니까 너 방금 여자친구 집에서 밥 먹었다더라?” “맞아요! 그래서 여자친구 데리고 왔잖아!” 고연화가 곁에 있던 유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둘이 언제부터 만난 건데?” 유영이 쑥스럽고도 머쓱해하며 말했다. “숙모 그게......”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저조차도 모르겠는데...... 말하기 꺼려하는 유영 대신 육호중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늘이요, 방금 받아줬거든요.” 고연화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전이라면 육호중 이 놈이 유영이한테 상처라도 줄까 두어마디 핀잔을 줬겠지만 지금은 본인조차도 감정에 대해 무지한 상태다. 게다가 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