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2장
김춘옥이 자신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신이서가 왜 재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을 끊으려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 집안 전체가 오빠밖에 모르는데 누가 연을 이어가고 싶겠어. 신찬영이 남자라는 걸 제외하면 내가 걔보다 못한 게 뭔데?”
신가영의 말에 김춘옥이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신가영은 그 침묵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정말 남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네. 하, 기가 막혀서.”
전혜숙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서둘러 신가영을 말렸다.
“됐어. 이제 그만해. 너랑 찬영이 모두 내 소중한 자식이야. 그러니까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
“엄마!”
“알아. 가영이 네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엄마가 다 알아. 그런데 일단은 빨리 집으로 가자. 팔 수 있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 너희 오빠도 빨리 풀려나지.”
전혜숙이 신가영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사실 그녀는 신이서에게 감사했다. 아까 신이서가 해준 말 덕에 깨달은 게 많으니까.
전혜숙은 이제껏 자신이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로는 아주 처참했다.
신건우는 힘든 일을 별로 한 적이 없어 젊을 때와 크게 다를 것 없었고 김춘옥은 동년배 노인들과 비교하면 많이 젊어 보이는 편이었다.
그런데 유독 전혜숙만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게다가 신이서의 말대로 몇십 년을 고생한 대가는 반년 전에 했던 태국 여행 하나였다.
그러나 그 여행도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음식이 맞지 않아 설사까지 했다.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고생을 하다 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가 이 집안에 충성한 것에 비하면 그 대가는 정말 형편없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신찬영이 자식이라는 건 변함이 없기에 일단 신찬영부터 구하고 봐야 했다.
“당신도 빨리 와.”
전혜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건우를 힐끔 보고는 신가영과 함께 병실을 나갔다.
김춘옥은 별다른 말 없이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건우는 모녀 뒤를 따라가며 아무런 말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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