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5장

“소녀가 임신해서 아들을 낳는 동안에 그 남자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또 14살짜리 학생을 성폭행했다가 감옥에 갔어요. 가뜩이나 형편이 가난한데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애까지 키워야 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거죠.” 사람들은 전부 할 말을 잃었다. 마치 해피엔딩인 책 한 권을 읽었지만 현실은 아주 엉망진창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일들을 까발린 사람은 없었어요?” 이광희가 물었다. “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해피엔딩만 원하지,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고요. 누군가 나서서 밝혀도 주목하는 사람이 없고. 인기라는 게 바로 이런 거예요.” 유정인이 말했다. “그럼 손여은의 일 진짜 세상에 알릴 수 있어요?” 이광희가 걱정스럽게 묻자 송서림이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 변호사님이 그러는데 가능하대요. 손여은을 괴롭힌 사람들끼리 지금 서로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고 제작진도 헛소리를 지껄여서 도망 못 쳐요. 그리고 유지민이 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손여은의 어머니가 밝혔고요.” “네?” 신이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오명 씨가 상황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문자로 알려줬어. 우린 지금 승기를 쥐고 있어. 거기에 신찬영의 사채 사기까지 더해져서 슈퍼 중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야.” 송서림의 설명에 유정인과 이광희는 시름을 놓았지만 신이서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지금까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어요.” 송서림이 바로 말했다. “작은아버지네 식구들이 어떻게 고성훈과 연락했는지 말이야?” “네.” “생각하지 마. 내일이면 알게 될 테니까.” 송서림이 위로를 건넸다. 그때 유정인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우리 엄마 아빠가 곧 장 보고 올 거니까 여기서 식사하고 가요. 이 일 두 사람이 해결하긴 어려워요. 나랑 광희 씨가 도와줄게요.” 신이서도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지금 처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