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송서림은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바삐 움직이는 슬림한 모습을 한 번 보고, 손에 쥐고 있던 반쯤 씻은 새우살을 한 번 봤다. 그리고 뭔가 말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마음속에 전해왔다. 그의 부모님은 시끄럽게 이혼했었다. 그 당시 송서림은 어린 나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엄격한 아버지가 가장 더러운 단어로 어머니를 욕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송서림은 눈앞에서 욕설을 내뱉는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떠나는 것을 보고 쫓아갔지만, 아버지의 차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 있었고, 그 여자의 품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아이가 안겨 있었다. 아버지는 웃으며 그 남자아이를 안고, 여자의 이마에 임맞춤을 했다.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던 아버지가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네.' 그 순간, 송서림은 역겨움에 토를 했다.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송서림으로 하여금 인간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 이로써 결혼은 그의 인생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결혼이란 걸 했고, 결혼 후의 느낌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뭐가 다른지는 송서림도 모른다. 뭔가 아무것도 안 변한 듯, 또 모든 것이 변한 느낌이었다. "서림 씨, 매운 거 좋아해요? 난 매운 거 안 먹어요. 혹시 먹고 싶다면 따로 볶아 줄게요." 신이서의 질문에 송서림는 생각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신이서를 바라봤다. 신이서는 땀을 닦으면서 프라이팬의 음식을 저어가며 요리하고 있었다. 신이서가 하는 일은 모두 평범했지만, 송서림은 이상하게도 온 집안에 생기가 맴도는 걸 느꼈다. 송서림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안 먹어." "알았어요." 신이서는 머리를 끄덕이고 다시 한 번 땀을 닦았다. 그녀는 부엌이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 분명히 창문을 열었는데도 여전히 더웠다. 고급 주택은 이상하게도 부엌 창문이 작았다. '설마 고급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다 요리를 안 하는 거야?' '우리 고향 집 창문도 이보다는 크겠네.' 신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