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아무것도 아니에요." 급하게 몸을 돌린 신이서의 얼굴에는 홍조가 띠어 있었다.
"난 뭐하면 돼?"
"쌀 좀 씻어 줘요."
신이서는 바구니를 꺼내 그 안에 쌀을 크게 두 그릇 쏟아 넣고 송서림에게 건네주었다.
송서림은 말없이 뒤돌아서 물을 틀어 쌀을 씻었다.
신이서는 냉장고를 열어 오늘의 요리인 계란국, 칠리새우, 제육볶음 재료를 꺼냈다.
식재료를 꺼낸 신이서는 반이나 비어있는 냉장고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또 장 보러 가야겠네."
이때, 뒤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추자, 신이서는 바로 냉장고 문을 닫고 송서림이 쌀을 씻던 자리에서 채소를 씻으려 했다.
하지만 뒤에 있던 송서림도 때마침 돌아서면서 두 사람은 좁은 부엌에서 부딪히고 말았다.
"퍽!" 신이서의 이마가 송서림의 가슴에 세게 부딪쳤고, 손에 들고 있던 새우도 땅에 떨어졌다.
"어떻게 하면 항상 이렇게 부딪힐 수 있는 거야?"
'내가 뭘요...'
신이서는 삐쭉거렸다. 사실, 송서림을 만난 후부터 골치 아픈 일들이 끊이질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말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식재료를 주우려 했다.
그러자 송서림은 손을 뻗어 신이서를 막고 다 씻은 쌀을 그녀의 손에 건넸다.
"가만히 있어."
신이서가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 하는데, 송서림이 커다란 몸을 숙였다.
그리고 새우를 한 마리씩 줍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우를 담은 주머니에서 떨어진 얼음도 소리 없이 옆으로 치웠다.
신이서는 그제야 자신의 발아래에 많은 얼음 조각들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만약에 방금 실수로 밟았다면 뒤로 자빠졌을 것이다.
신이서는 고마운 얼굴로 시선을 옮겼고, 손에 들고 있던 쌀을 살펴보았다.
비록 요즘 쌀은 깨끗하게 처리되어 판매되니 더러울 게 없지만, 송서림이 정말 열심히 쌀을 씻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순간, 신이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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