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3장

신이서와 송서림이 떠난 후 김춘옥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신가영을 바라보았다. “신가영, 너는 왜 아까부터 계속 말을 안 해? 다들 네 오빠 도와주려고 필사적인 거 안 보여?” “아, 신찬영이 생각 없는 말을 하는 걸 어떡해. 특허를 내놓으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쪽팔려서 진짜.” 신가영은 정말 창피했다. 신찬영이 뭘 알고 얘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생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 것뿐이었으니까. 송서림이 만약 아까 정말 경찰에 신고했으면 신찬영은 정말 잡혀갔을지도 모른다. 신가영의 말에 신찬영이 발끈하며 화를 냈다. “야, 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해. 머리가 텅텅 빈 게 어디서 나한테 훈수 질이야!” 이에 신가영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신찬영의 손을 찰싹 때렸다. “너는 아직도 네가 어떤 소리를 했는지 자각이 없어? 됐어. 나도 이제 몰라! 어차피 엄마랑 아빠도 전부터 여자는 출가외인이라고 했잖아. 그냥 지금부터 나 없는 사람 취급하면 되겠네.” 신가영이 병실을 나서려고 하자 전혜숙이 얼른 그녀를 잡았다. “네 오빠, 신이서 때문에 화가 나서 저러는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마. 응?” 신가영은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아직 화가 가시지 않은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김춘옥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래, 그만해. 신이서 하나 때문에 형제 사이가 틀어져야 되겠니? 지금은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할 때야. 그리고 말마따나 네 오빠가 빚을 계속 지고 있으면 네 미래 남편 집에서 널 반길 것 같으냐?” 신건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영아, 할머니 말이 맞아. 할머니는 지금 네 오빠뿐만이 아니라 네 미래까지 걱정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오빠 일부터 빨리 해결하자, 응?” 그 말에 신가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상사이자 유선 테크의 총책임자인 권성호다. 권성호는 사람이 젠틀할 뿐만 아니라 머리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집안도 훌륭했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