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2장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신이서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신이서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은 유능한 송서림에 비해 신이서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이서는 그런 평가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냈고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갔다. 양라희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신이서를 보며 마음이 점점 더 불안해졌다. ‘만약 정해인이 기밀을 유출한 것에 내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오빠가 알게 되면... 나는 바로 해고당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제껏 그녀가 공들였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양라희는 그건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슬금슬금 발표회장을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간 후 그녀는 곧바로 정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봐도 정해인은 받지 않았다. ‘정해인이 이렇게 빨리 해외로 떴을 리는 없는데...’ 양라희는 생각을 정리하더니 전화가 아닌 문자를 보냈다. [해인아, 전화 좀 받아봐. 나는 널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야. 지금 송서림과 송성일이 너 찾는다고 난리야. 그러니까 일단 공항 쪽으로는 절대 가지 마.] 문자를 보낸 지 1분이 채 안 돼 정해인이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송성일은 나를 왜 찾는데?” “네가 스파이인 거 소문 다 났어. 그리고 네가 넘긴 자료가 최신 자료가 아니라 송성일이 화가 많이 났고. 지금쯤 네가 스파이인 척하면서 송서림을 돕고 있었다고 생각할걸? 아마 널 찾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양라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정해인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 “뭐? 왜, 왜 일이 그렇게 된 거야?”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은 네가 무사히 도망갈 수 있게 돈을 줄게. 그러니까 그 돈 가지고 빨리 서울을 떠.” “잠깐, 너 왜 나 도와줘?” 정해인이 의심했다. “바보야? 널 회사에 꽂은 게 난데 네가 일 터지면 당연히 나까지 피해를 볼 거 아니야.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넌 내 친구야. 네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나는 널 도와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