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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장

그러나 쇼핑백을 든 사람을 본 순간 유정인은 순식간에 차가운 얼굴로 돌변했다. “김준수?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짐은 왜 들어주는데? 언제는 30살 먹도록 지하철 하나 제대로 못 탄다며 구박하더니? 참, 너는 사람 가리는 인간이지? 네 첫사랑한테는 생리대도 직접 사다주고 손가락이 종이에 살짝 스친 것도 난리를 치며 데려다줬으니까.” “여보, 화났어? 미안해.” 김준수는 다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뭐...?” 이에 유정인은 당황한 듯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미안하다고. 내가 잠깐 뭐에 홀렸었나 봐. 그리고 요즘 널 찾지 않은 것도 다 그 일을 처리하느라 그랬던 거야. 내가 미안해.” “...” 김준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하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거 봐봐. 나 이제 걔 연락처 다 차단했어. 너랑 영주가 없으니까 너무 허전하고 보고 싶더라. 나 네가 집에서 나간 뒤로 매일 밤 우리 가족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겨우 잠들었어. 분명히 한때는 우리도 엄청 뜨겁게 사랑했었는데 그랬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정말 미안해. 정인아, 분이 풀릴 때까지 차라리 날 때려.” 김준수는 유정인의 손을 잡고 자기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에 유정인은 빠르게 손을 빼며 복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준수에게 실망하고 상처만 받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와 사랑했던 시간까지 전부 다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김준수는 지금 꼭 유정인과 연애했을 당시처럼 다정하게 굴었다. 유정인은 그 모습을 보며 지난 5년간 그와 함께 살았던 세월과 그녀의 딸이 떠올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말 이제는 그 여자랑 연락 안 해?” “응, 정말이야. 맹세해.” 김준수는 손바닥을 보이며 맹세했다. “여기는 왜 왔는데?” “너랑 영주 데리러 왔어. 이제 집에 가자.” “됐어. 우리 엄마 아빠 지금 영주 잘 돌봐주고 있어.” “그러면 너는? 정말 내 생각 한 번도 안 했어?” 김준수의 질문에 유정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되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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