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8장

신이서는 입술만 달싹였다. 안색이 나빠졌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옥죄여왔다. ‘개인적인 볼일이라고?’ 하지만 고현아는 방금 분명 양라희가 행사에 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게 양라희가 말한 개인적인 볼일이라는 걸까? 휴대폰을 보던 신이서의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자신이 왜 이렇게 긴장하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순간 송성일의 말이 떠올랐다. 송서림이 만약 양라희와 이어진다면, 그는 10년은 덜 고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0년. 남자로서 가장 혈기 넘치는 젊은 나이의 10년을 아낄 수 있다면, 그 혈기로 수많은 다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발자 신분의 송서림이 어떻게 이런 행사에 낄 수 있단 말인가? 유일 테크 사장쯤은 돼야 그나마 올 법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신이서는 송서림의 선택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왜 그렇게 아픈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오늘 두 사람이 공개석상에 서게 되면 분명 누군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야 말 것이었다. ‘쟨 뭔데?’ ‘떳떳한 제3자?’ 그렇게 숙덕이는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것 같았다. 신이서가 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벨소리가 울렸다. 신이서는 얼른 달려 나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다섯 명의 여자가 신이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언니, 혹시 여신이에요?” “무슨 말이야.” 신이서가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한테도 안 들켰지?”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현아 언니가 다 얘기해줘서 알고 있어요.” 김정연이 의젓하게 말했다. “그럼 됐어. 얼른 방안에서 좀 쉬어. 조금 있으면 직원이 와서 데리고 내려갈 거야.” “네.” 김정연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신이서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러자 신이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김정연이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언니, 언니 몸에서 후광이 나요! 다가갈 수가 없어요.” 조영아는 소매까지 걷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봐요. 언니랑 저랑 피부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