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장

항상 냉정하던 송서림은 서류 위 사인을 보고 갑자기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분노에 휩싸였다. 신이서는 송서림의 못마땅한 기색을 눈치채고 어리둥절해했다. ‘왜 말을 이렇게 이상하게 하지?’ “칭찬은 필요 없고요, 그냥 이렇게 하는 거로 해요.” 신이서는 힘없이 눈을 내리깔았고 이혼 합의서를 보면서 왠지 100억 원 빚진 것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신이서!” 송서림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신이서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목소리에 겁에 질려 목을 움츠렸다. “들었어요.” “제대로 말해.” 송서림이 우울한 말투로 말했다. “서림 씨... 저는 당신까지 연루시킬 수 없어요.” 신이서는 그를 보며 해명했다. “이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서림 씨는 지금 과학기술계의 유명인이고 미래가 밝아요. 하지만 제가 강청하에게 미움을 샀으니 분명 저를 물고 늘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명 당신까지 엮일 거예요.” “나 때문에 이혼했다고?” “네.” 이 말에는 약간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송서림은 얼굴빛을 조금 펴고 가볍게 기침했다. “네 눈에는 내가 강청하 하나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 “강청하는 달라요. 언론인이고 막강한 배경을 가졌는데 어떻게 상대하시려고요? 이것은 100억 원이에요, 100만 원이 아니라. 서림 씨네 대표님도 도울 수 없을 거예요.” 신이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송서림이 침착하게 물었다. “먼저 이혼하고 제가 모든 걸 책임질 거예요. 전 끝까지 강청하와 맞설 거예요. 이미 이렇게 된 바에...” 신이서는 말할수록 맥이 빠졌다. 신이서가 어딜 봐서 강청하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저 이를 악물고 강하게 맞섰을 뿐이었다. 하지만 죄를 인정하라고 하면 할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던 신이서의 머리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송서림의 손이 그녀의 머리 위에 놓였다. “신이서, 왜 그렇게 어리석어? 바보야? 가르쳐 준 건 하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송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