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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남자는 동료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어가더니 김유진을 확 잡아당겼다. “숨으면 내가 널 못 찾을 줄 알아? 우리는 이미 결혼했고, 당신은 내 아내인데 어디로 숨을 거야?” “아니야, 아니라고. 우린 혼인 신고한 적 없어.” 김유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넌 내 예단 2억을 가졌는데 인제 와서 아니라고 해? 너 사기 결혼하고 싶은 거지? 계좌이체 내용은 나도 있어!”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려 하자 김유진은 그의 휴대전화를 홱 잡아챘다. 남자는 그녀를 향해 보기 좋게 한마디 남겼다. “미쳤어? 감히 내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다니!” 김유진은 얼굴이 지지 벌게진 채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어디까지 망신당해야 하는 거야? 지금 나 말고 또 누가 너를 원하겠어? 나랑 같이 가자, 여자가 무슨 출근이야? 집안일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아니, 안 가!” 김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동료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주 팀장조차 유리를 사이에 두고 힐끗 바라보더니 커튼을 내렸다. 김유진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신이서는 입술을 깨문 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앉았다. 상황을 보던 김유진은 절망해서 남자에게 끌려갔다. 신이서는 김유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식사를 계속했다. 김유진은 다른 사람의 예단을 받고도 사기 결혼하려 했으니 결말이 어떻게 되든 그녀와 상관없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물을 마시던 신이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김유진의 뒷소문을 들었다. 김유진의 외삼촌은 그녀의 카드를 정지시켰지만, 사치스러움에 익숙해진 그녀가 갑자기 사치에서 검소함으로 바뀔 수 없었다. 그래서 벼락부자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무식한 벼락부자는 머리는 나쁘지만 돈만 많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똑똑했다. 그녀에게 돈을 보낼 때마다 가끔 티 나게, 가끔 몰래 결혼에 쓰는 것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김유진은 돈만 받고 입금비고 같은 건 전혀 안 읽었는데, 이번에는 딱 걸려 끌려가 결혼하게 되었다. 그녀의 외삼촌도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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