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79장
밤새 내린 폭우 때문에 두 사람은 거실에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날이 밝아올 때야 깊이 잠들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대에는 다 타버린 촛불이 남겨져 있었다.
지아는 천둥·번개를 무서워했다.
평소에 천둥·번개가 울리면 그녀는 혼자 이불속에 숨어 방안의 모든 불을 켜야만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어젯밤에 하필 정전되어 지아는 어쩔 수 없이 고현진을 끌고 거실에 있었다.
거실의 유럽식 소파는 마침 ‘ㄱ’자로 되어 있어 스툴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각자 소파에 누워 밤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점심에 고현진은 황보도윤의 전화를 받고 깨어났다. 집에 일이 생겼는데 고현진의 어머니가 그에게 연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아가 일어났을 때 고현진은 마당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분위가 매우 우울했고 미간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엿보였다.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난 지아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다가가서 관심을 보였다.
“괜찮아요?”
그는 입을 벌리고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가 말하기를 꺼리자 지아는 더는 묻지 않고 일어나서 씻으러 가며 자발적으로 물건을 챙겼다.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현진의 그윽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
지아는 고현진에게 일이 있는 줄 알고 돌아갈 준비를 다 마쳤는데 뜻밖에도 오후가 되자 황보도윤과 공은별이 함께 별장에 나타났다.
“자기야, 내 생각했어?”
공은별은 만나자마자 다정하게 지아의 팔을 감싸 안으며 예쁜 두 눈으로 그녀와 고현진을 번갈아 보았다.
두 사람의 침착한 모습에 공은별은 마음이 조급해진 게 분명했다.
이 별장은 아주 컸지만 침실은 두 개밖에 없어 황보도윤은 고현진의 방에 머물렀고 공은별은 자연스럽게 지아와 한방을 썼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공은별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침대에 기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너희 두 사람 낭만적인 일이 없었어?”
지아는 순간 이해하고는 옆에 있는 쿠션을 집어 들고 공은별을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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