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3장

유은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월세방인 작은 다락방으로 돌아갔다. 유은미는 들어오자마자 문을 걸어 잠갔다. 돈이 없는 유은미가 세든 옥탑방은 매우 초라했는데 좁은 공간에는 작은 침대 한 개와 선풍기 한 대만 놓여 있다. 에어컨도 없고 화장실도 없어 밤마다 물도 안 마시고 소변이 마려우면 길 건너 공중화장실로 향했다. 깊은 밤의 골목은 특히 무서웠고 항상 그녀에게 음흉한 눈빛들이 오갔다... 곱게 자란 유은미는 이런 고생을 해본 적이 없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보다 못한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받는 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지난번에 그녀는 백은서와 이정민에게 접근하기 위해 백은서에게 신이서를 불러내 주기로 했다. 그녀는 백은서의 의도를 알고도 신이서를 이용하기로 했다. 원래는 신이서에게 미안한 마음이 좀 있었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명품 옷이 정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질투와 불안감 외에 어이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은미의 눈에 신이서는 결코 눈에 띄지 않던 존재였는데 이런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남자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판단으로 신이서에게 된장녀 딱지를 붙이고 자신이 한 짓은 진실한 사랑 때문이라고 고집했다. 어둡고 습한 다락방에서 유은미는 휴대전화를 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한번 채용 사이트를 연 그녀는 한발 물러서서 먼저 작은 회사에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때 채용정보 하나를 발견한 그녀는 정신이 확 들었다. 이진 그룹이 대표님 비서직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진 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녀는 이정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녀는 반드시 꽉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은미는 밤새 이력서를 업그레이드해 전송했다. 그날 밤 그녀는 감격에 젖어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이정민은 매번 조치를 하는 데 익숙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급해서 준비를 못 했다. 이정민은 피임약을 준비해 백은서에게 주었다. “은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