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3장
양라희는 연회장 밖으로 나와 처음 거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누구세요?”
한 여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께 뭐 좀 알려드릴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전화 잘못 걸었어요.”
김현영의 경계심이 생각보다 높았다.
“잠시만요. 사모님, 지금 송 회장님이 누구랑 같이 있는지 아십니까?”
양라희가 전화를 끊으려는 김현영을 잡았다. 김현영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누군데요?”
양라희가 대답했다.
“전수미 씨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고 있어요. 두 분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죠?”
“뭐라고요? 전수미?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닐 줄 알았다니까요.”
김현영이 분노를 터트렸다.
“조심하세요, 사모님. 전수미 씨가 용진숙 어르신과 아는 사이예요. 사모님을 해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양라희가 귀띔했다.
“당신... 대체 누구예요? 왜 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거죠?”
김현영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눈에 거슬려서요. 사모님께서 괜찮으시다면 할 수 없죠, 뭐. 스캔들 때문에 이혼했는데 지금 송 회장님 옆에 서 있는 거 보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해요. 그 스캔들이 대체 어떻게 터졌는지 의심이 든다니까요?”
양라희는 모든 책임을 전수미에게 돌리려 했다.
사실 그녀는 예전부터 전수미가 눈에 거슬렸었다. 그동안 전수미가 송서림에게 그녀의 나쁜 말만 하지 않았어도 송서림이 이 정도로 싸늘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양라희와 송서림의 연락을 끊기 위해 전수미는 송서림이 국내로 출장 온 틈에 결혼까지 시켜버렸다.
그동안 쌓은 분노와 원망을 오늘에 다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수미와 송서림이 지산 그룹에 편견이 있다면 오늘 다 까발리면 되었다. 양측이 서로 죽도록 싸우게 말이다.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당신들도 편하게 살 생각 하지 마.’
“알았어요.”
김현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네, 사모님.”
목적에 달성하자 양라희는 더는 집착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제부턴 재미난 구경거리만 기대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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