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서윤아, 이사회에서 뭔가 알아낸 거야?” 류민희가 떠보듯 물었지만 강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민희야, 나 지금 머리가 복잡해서 좀 쉬어야겠어.” 강서윤의 말이 끝나자 류민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윤아, 내가 필요한 일이면 꼭 도와줄게.” 류민희의 말이 끝나자 강서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강서윤도 별장으로 돌아왔고 문석진은 이미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있었지만 강서윤은 푸짐한 음식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심지어 무의식적으로도 비교하기 시작했다. “서윤아, 병원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문석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강서윤은 말없이 흘깃 쳐다보기만 했다. “석진아, 해외에 있는 동안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나 봐. 역시 사람은 밖에 나가봐야 한다니까. 전에 이런 것들 다 할 줄 몰랐잖아.” 말을 마친 강서윤도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그저 입꼬리만 올릴 뿐이었다. 문석진은 심장이 철렁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윤아, 아무리 해외라도 당연히 집보다 못하지. 이건 내가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데 입맛에 안 맞아?” 문석진이 떠보듯 물어도 강서윤은 그저 아래를 내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네.” 문석진은 점점 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강서윤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오늘 회사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까지 떠오르자 그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결국 문석진은 강서윤 곁에 다가가 앉았다. “서윤아, 오늘 이사진들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왜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것 같지?” 문석진이 말하며 강서윤의 손을 잡으려는데 이 모습을 본 강서윤이 재빨리 손을 빼냈다. 문석진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서윤은 지금 그를 의심하는 거다. 그게 아니면 이럴 리가 없다. “서윤아. 난 해외에 있는 내내 네 생각만 했어. 네 다리가 다 나았다는 걸 알자마자 서둘러 돌아온 거야.” 문석진은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