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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허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동안 쓰지 않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편, 강서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기분이 한층 좋아져 있었다. 문석진이 부지런히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작은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잠시 뒤 울리는 벨 소리에 모든 생각이 순식간에 끊겼다. 강서윤은 발신자 표시를 보고 잠시 망설였다. 그 모습을 본 문석진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그래? 일 전화야?” 강서윤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가 짧게 대답했다. “아니, 넌 일단 나가 있어.” 문석진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는 궁금해했지만, 더 묻지는 않고 깊은 눈길을 한 번 준 뒤 밖으로 나갔다. “허남준 씨, 병원에서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요. 갑자기 전화하는 건 무슨 의미죠?” 전화 받자마자 쏟아진 강서윤의 매서운 말에 허남준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그 음식들, 혹시 다 먹었어요?” 사실 허남준은 류민희 때문에 강서윤에게 한마디 하려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문득 해왔던 음식이 떠올라 무심결에 물어보고 말았다. 강서윤은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 밖에서 그녀를 보고 있던 문석진은 시선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시선에 스며든 강서윤은 잠시 호흡이 흔들렸다. “허남준 씨, 병원에서도 말했죠. 저희 서로 선 좀 지켜요. 음식은 또 뭐예요?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본론이나 말해요. 혹시 위자료가 부족해서 그래요?” 깊은 의심과 경계가 깃든 말투에 허남준은 잠시 숨을 골랐다. “제가 그렇게 돈이 궁한 사람으로 보여요? 아니면 돈으로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차가워져 있었다. 예전의 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닌가요? 저희는 이미 이혼했어요. 전에 준 위자료만으로도 평생 편하게 살기에는 충분할 텐데 자꾸 귀찮게 구네요.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 허남준 씨가 이렇게 욕심 많은 사람이라는 걸.” 그 말을 끝으로 강서윤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허남준은 꺼진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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