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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말라 죽은 나무가 길 가운데 가로놓여 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앞에 험악한 인상의 건장한 사내 6, 7명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어디서 온 산적 놈들이냐? 감히 날 습격하려 들어?” 군이는 전혀 겁먹지 않고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험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산적이었다. 소희연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전승군, 대체 아들을 어떻게 키운 거야?’ “어디서 굴러온 애송이냐?” 건장한 사내들은 어린 군이를 안중에 두지 않고 뒤따라 마차에서 내린 소희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 얼굴의 반점이 신분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해주었다. “형님, 바로 저 여인입니다.” “못생긴 년이 꽤 잘 도망치더니 드디어 우리 손에 잡혔군.” 산적 두목이 침을 뱉고 손을 휘저으며 명령했다. “저 여인의 목을 베어 돈이나 두둑하게 받자꾸나.” “형님, 저 아이는요?” “다 죽여라.” 군이 분노를 터트렸다. “날 건드렸다간 가만두지 않을 테다.” “하하하하...” 산적들이 크게 웃었다. 소희연은 군이를 뒤로 감싼 채 그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분위기나 복장으로 보면 평범한 불량배가 아니라 진짜 산적이었다. 그것도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있는 산적들. 신경혜는 떠나기 전에 남원군 저택의 상황을 대략 말해줬다. 이처럼 흉악한 산적을 돈으로 매수하여 그녀를 죽이려는 사람은 저택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홍씨가 보낸 것이냐? 돈을 얼마나 받았지?” 소희연이 차갑게 물었다. “못생긴 년이 꽤 똑똑하군.” 산적 두목이 코웃음을 쳤다. “네 가족이 네가 죽기를 바라니 곱게 목을 내어주면 우리도 편하고 좋지 않겠느냐?” “좋은 생각이네. 그럼 너희가 먼저 목을 내놓는 게 어떻겠느냐? 나도 좀 편하게.” 소희연의 말에 산적 두목이 노발대발했다. “주제도 모르는 년. 죽여라.” 7, 8명의 산적들이 칼을 휘두르면서 동시에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어머니, 조심하세요.” 그때 환이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마차를 끌던 마부는 이미 겁에 질려 옴짝달싹도 못 하고 있었다. 군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황제가 있는 경성 근처에서 정말로 살인하려 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군이 고개를 숙이더니 목에 걸린 물건을 찾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뛰쳐나온 게 아니었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 군이 뭔가를 꺼내기도 전에 소희연은 군이의 옷깃을 잡아 마차 안으로 던져 넣고는 산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니, 이봐요...” 군이는 비틀거리며 일어선 다음 고개를 들었다. 소희연이 발길질 한 번으로 산적 한 명을 날려버리고 그의 손에 있던 칼을 빼앗아 칼등으로 다른 산적의 목덜미를 힘껏 내리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으악...” 산적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더니 그대로 즉사했다. 소희연은 칼을 든 채 민첩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칼로 산적들을 손쉽게 처리했다. “죽여라. 어서 죽여.” 산적 두목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부하들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 달려드는 족족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신이 바닥에 잔뜩 널브러졌다. “무... 무공을 할 줄 알았어? 대단해, 아주.” 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을 금치 못하자 환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셔.” 부하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처참한 비명을 지르거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곤 했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산적 두목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깨닫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소희연이 쫓아오기 전에 냅다 도망쳤다. 그 모습을 마차에 있던 두 아이가 먼저 발견했다. “저 사람 도망치려 해.” 환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나쁜 놈을 놓아주면 훗날에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걱정하지 마. 절대 도망 못 쳐.” 그때 군이 옷깃에서 피리를 꺼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절대 가만두지 않아.” 그러고는 피리를 힘껏 불었다. 삐.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침 마지막 산적을 쓰러뜨린 소희연은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멀지 않은 숲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산적 두목의 가슴을 정확히 걷어찼다. 도망치려던 산적 두목은 멀리 날아가 소희연의 발치에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희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산적 두목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휙 날아왔는데 호위무사 차림을 한 채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말했다. “세자 전하.” 군이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호위무사에게 달려가 칭찬했다. “휘영아, 잘했다. 진짜 멋있었어.” 휘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세자 전하.” 소희연이 웃음을 참으며 군이를 쳐다보았다. “혼자 가출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쩐지 겁도 없이 산적들에게 덤비더라니. 호위무사를 데리고 있었구나.’ “혼자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 군이 짓궂게 웃으면서 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휘영이라고 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휘영아, 이분은 내가 방금 알게 된 동생의 어머니시다. 성함이...” 아직 소희연의 이름을 몰랐던 터라 그녀를 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소희연이 대답했다. “신 낭자라 부르면 됩니다.” “신 낭자.” 휘영은 약간 거리를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마차에서 내린 환이 소희연에게 달려가더니 손을 내밀면서 안아달라고 했다. 소희연이 안아주자 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다친 데는 없으시지요?” “응. 괜찮다.” 소희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도 안아줬으면...” 그러자 휘영이 바로 손을 내밀었다. “제가 안아드리겠습니다, 세자 전하.” “네가 안아주는 거 말고.” 군이 발을 동동 구르더니 소희연에게 달려가 허리를 껴안고 올려다보며 웃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제가 본 여인 중에서 제일 대단해요. 제 어머니가 되어주시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휘영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소희연에게 경고를 날리듯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함부로 말한 거 아니야. 나도 대단한 어머니를 갖고 싶어.” 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다가 문득 행복한 상상을 했는지 기뻐하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소희연은 놀란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져 허리를 숙이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해 줘서 고마워.” “그럼 제 어머니가 되어주세요, 네?” 군이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환이를 친동생처럼 아껴줄게요.” 간절하고 기대에 찬 아이의 눈빛에 소희연은 하마터면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네 친동생 맞아...’ 환이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의 목을 꽉 끌어안고는 매정하게 거절했다. “안 돼.” “왜?” 그러자 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도 반으로 나눠줄 수 있는데.” “필요 없어.” 환이 싫은 티를 팍팍 냈다. “네 아버지 필요 없으니까 내 어머니를 빼앗아갈 생각 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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