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둘째 날 정오, 점심시간이 되어 온서빈이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심유정이 도시락을 들고 다가왔다.
“서빈아, 너 아직 밥 안 먹었지? 내가 밥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자!”
그렇게 말하며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온서빈이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필요 없어, 그냥 내려가서 혼자 먹을게.”
온서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절했지만 심유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억지로 웃으면서도 도시락을 그에게 내밀었다.
“너 주려고 특별히 가져왔으니까 그냥 받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날카로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유정,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건데 어떻게 내가 준 성의를 저 자식에게 줄 수 있어?”
온서빈이 고개를 돌리자 또 한 명의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송성진이었다.
날카롭고 얇은 그의 목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에 유난히 거슬리게 들려 사무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온서빈은 다시 도시락을 돌려주었고 당황한 표정의 심유정에 비해 그는 유난히 침착했다.
“널 위해 준비한 거라는데 왜 나한테 가져왔어?”
이 장면을 보며 심유정은 5년 전 온서빈이 이별을 결심했을 때를 떠올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에 대해서도, 그녀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 송성진은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문득 할 말을 잃었다.
5년 전, 심유정이 술에 취해 그를 온서빈으로 착각한 틈을 타 그녀의 침대에 올라갔고 술이 깬 그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송성진은 남자 친구를 자처하며 그녀 주변의 모든 이성을 떼어냈고 심유정도 그 남자들을 상대하기 싫었기에 송성진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송성진은 자신이 괴롭히는 상대가 온서빈이 아니기에 심유정이 그냥 내버려둔다는 걸 잘 알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송성진의 두 눈에 강렬한 증오가 솟구쳤다.
분명 온서빈이 나타나기 전에 심유정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그였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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