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이 게시물은 빠르게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당사자가 직접 송성진이 표절이라고 저격하자 표절이 드러난 후에도 인정하지 않으며 반시간 전에는 함께 영감을 공유하고 협업했다는 변명을 올린 송성진이 너무 비열해 보였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일부 흥분한 사람들이 송성진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 페인트로 현관문에 ‘표절한 자는 죽어라’는 주홍 글씨를 남겼다.
그 시각 심유정은 송성진의 집에서 무서워하지 말라며 그를 달래고 있었다.
“성진아, 괜찮아. 난 변호사야. 네 개인정보를 폭로하고 집까지 찾아와서 협박하는 사람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고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
하지만 그녀의 달램에도 송성진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하게 울었다.
그는 조금 전 온서빈이 표절을 했다며 올린 게시물을 보여주며 억울함과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유정아, 서빈이가 날 도와 해명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내가 표절했다고 말해? 날 용서할 생각이 없는 건가...”
그가 서글프게 울자 심유정은 마음이 아팠고 온서빈이 게시물로 그를 저격했다는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무의식적으로 온서빈의 연락처를 뒤적였지만 어제 그가 친구 추가하는 걸 지켜보려다가 송성진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그 뒤로 줄곧 친구 신청을 받지 못했다는 건 온서빈이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 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지만 그것마저 차단당했다.
어제 문 앞에 쌓였던 여행 가방을 떠올리며 문득 터무니없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애써 침착하며 과거 온서빈이 그녀와 관련된 단톡방에 어떻게든 들어오던 걸 기억해 냈다. 단톡방 구성원을 거듭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익숙한 프로필 사진은 찾지 못했다.
온서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인스타조차 계정이 차단당한 상태였다.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지며 송은영 일행에게 전화를 걸었고 송성진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말에도 대꾸할 여력이 없었다.
“서빈이랑 연락돼?”
심유정이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만 모두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심유정은 그제야 온서빈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빛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고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며 나가려는데 이를 본 송성진은 순간 당황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정아, 어디 가? 나 두고 가지 마, 나 혼자 무서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심유정은 그를 밀어내고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송성진은 감히 혼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떠나는 그녀를 보며 미운 마음에 다시 문을 쾅 닫았고 창문으로 걸어갔을 때 때마침 심유정의 차가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분 후 집으로 돌아온 심유정은 문을 열고 방을 하나하나 살펴봤지만 온서빈의 흔적은 없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온서빈뿐만 아니라 그의 짐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온서빈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방을 꼼꼼히 뒤지다가 안방 침대 옆 탁자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심유정, 우리 헤어지자.”
짧은 한마디가 무거운 망치처럼 심유정의 가슴을 강타했다.
‘온서빈... 헤어지자고?’
그토록 그녀를 좋아했으면서 이렇게 쉽게 놓아준다고?
자신을 위해 좋아하는 주얼리 디자인까지 포기했으면서 고작 송성진에게 해명 글 하나 올려달라고 한 것 때문에 그녀를 떠난다고?
심유정은 믿기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홀연히 떠난 온서빈은 그녀에게 붙잡을 기회도 주지 않았고 심유정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다.
다른 도시로 갔을까,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갔을까?
심유정은 텅 빈 방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도 텅 비어 있음을 느꼈다.
마음이 온통 슬픔에 잠겨 이성을 집어삼켰고 로펌으로 달려가 다른 동료의 휴대폰으로 온서빈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결국 휴대폰 저편에는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그때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송성진의 전화였다.
“유정아, 어디 갔어? 나 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