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신지수도 답을 얻고 싶어 하는 진성훈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는 좋아하지 않았다. ‘부탁하는 거야? 부탁을 받는 거야...’ 신지수는 진성훈의 말을 못 들은 척 곧장 밖으로 나갔다. 진성훈은 자신의 말투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즉시 태도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의술계에서는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실력이 제일 중요했고 실력 있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주어졌다. 신지수가 방금 선보인 기술은 놀랍고 깔끔했으며 진료 경험과 침술 솜씨는 그들을 훨씬 능가했다. 진성훈은 이전에 품었던 편견과 불만을 지우고 존경심을 담아 말을 건넸다. “아가씨, 정말 알고 싶습니다. 저한테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다음에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저의 무능함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몇 마디뿐이었지만 진성훈의 진정성과 태도는 바로 느껴졌다. 신지수가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이런 작은 벌레는 고충류의 일종으로 맥상으로는 진단할 수 없습니다. 경험에 따라 곤충의 습성을 알고 적절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배우고 싶다면 먼저 관련 서적을 읽어보고 종류를 익히세요. 시간이 나는 대로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진성훈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여실히 달라져 있었다. 많은 의사가 자신만의 기술이 퍼지지 않도록 감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지수는 아낌없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려 했다. 비록 한마디 말뿐이었지만 그녀의 너그러운 태도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신지수가 손을 휘휘 저으며 자리를 떴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신지수는 진성훈일 거로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지성이었다. 이내 신지수 앞에 도착한 지성이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지수, 아버지를 구해줘서 고마워.” 신지수가 물었다. “손에 꽂힌 은침은 뺏어?” 지성이 멈칫했다. 조금 전까지는 아버지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손에 박힌 은침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손을 펴보니 손바닥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고 뒤늦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