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장
저녁이 되자 신지수는 한의원을 떠났다.
오늘 사건 이후 신의당의 입지도 굳어졌으니 앞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지수가 매일 한의원에서 지낼 수는 없으니 8명의 한의사가 정기적인 진료를 담당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병이 있으면 그때 그녀를 찾기로 했다.
기분이 좋았던 신지수는 월세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금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집을 사는 게 어떨지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어차피 혼자인데 어디에 살든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신지수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 세워진 차 한 대와 문 옆에 기대어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신시후였다.
그가 여긴 왜 찾아왔을까.
신지수가 멈추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신시후가 가벼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전화 안 받던데.”
“아, 배터리가 없네.”
신지수는 휴대폰의 검은 화면을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곧 설인데 엄마 아빠가 너한테 심술부리지 말고 집에 오래. 명절엔 가족이 모여서 식사해야지.”
신시후는 말을 마치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서 왔는지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심술을 부리지 말라고?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생일 파티가 있던 날, 살인죄를 저지른 신윤아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 공개적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 후 노수정은 신지수의 뺨을 세게 때리며 꺼지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심술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 참 웃겼다.
“난 신씨 성을 따를 수도 있고 차라리 바꿀 수도 있어. 이름은 신지수지만 난 신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신지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앞으로는 날 찾으러 오지 마.”
핏빛처럼 붉은 노을을 마주하며 사방에 가시만 남긴 채 한 걸음씩 혼자만의 세상으로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은 올곧고도 서늘했다.
신시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제자리에 있다가 차에 올라타 그대로 떠났다.
신씨 가문은 올해 썰렁한 명절을 맞이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신윤아가 곱게 차려입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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