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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장

육이준이 물었다. “그럼 형한테 부탁하면 들어줄 거예요?” “내 기분에 따라.” “...” ‘진짜 무정하네.’ 이도하는 손에 들고 있던 둥글고 매끈한 작은 백자병을 만지작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마개를 열고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풋풋한 풀 향기가 느껴졌고 향이 꽤 독특했다. 따분한 마음에 병에서 약간 덜어내어 자기 손에 있는 흉터에 발랐다. 신지수가 그때 말하기를 오래된 흉터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으니 체면을 세워 주는 셈 치고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옆에 있던 육이준은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부탁할 필요 없어요.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신지수가 도망쳤대요!” “우리 할아버지가 사람 절반을 동원해서 위아래로 샅샅이 뒤지고 있대요. 난 내려가 봐야겠어요. 그럼 이만.” 육이준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나가기 전에 이도하의 방에 불을 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은 다시 캄캄해졌다. 이도하는 약을 바르던 손을 멈추었다. 기분이 꽤 괜찮은 지금 신지수를 한번 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의 얼굴이 금세 싸늘해지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작은 백자병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병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이도하는 이를 악물었다. 치밀한 열기가 단숨에 배 속에서 솟아올랐다. 약에 문제가 있었다. 이도하는 눈이 붉게 물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신지수, 이 건방진 여자가...” “감히 날 함정에 빠뜨리다니!” ... 육씨 가문의 이번 결혼식 장소는 드림캐슬이라는 이름의 궁전으로 외관은 마치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성처럼 보였다. 연회장, 식당, 스위트룸이 모여 하나의 성을 이루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미로 같은 구조가 끝도 없이 이어져 웅장함을 자아냈다. 신지수는 이런 화려함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너무 커서 짜증 날 뿐이었다. 처음 와 본 탓에 길이 낯설었고 끝없이 꼬불거리는 복도 때문에 방향마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빠르게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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