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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육현우는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임하나의 얼굴을 본 순간 기분이 괜히 좋았다. 임하나의 몸에서 풍기는 옅은 바디워시 향이 그의 코끝을 스쳤다. 육현우의 머릿속에 캠핑 간 날 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끓어올랐고 몸도 반응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 생각을 지우려 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여전히 온통 그날 밤 요염했던 임하나의 모습뿐이었다. 육현우는 심장이 터져 나올 듯이 쿵쾅거렸다. 엘리베이터는 만원이 됐다가 또 많은 사람이 내려 드디어 널찍해졌다. 그때 육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어요.” 임하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 이옥자는 임하나를 보자마자 잠깐 놀라더니 이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임하나를 잡고 자리에 앉혔다. “하나 왔구나.” “할머니가 편찮다는 소리를 듣고 뵈러 왔어요.” 임하나는 죽과 과일을 내려놓았다. “아침 드셨어요? 제가 죽 좀 사 왔어요.” “정말? 안 그래도 마침 배가 고팠는데.” 임하나는 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옅은 죽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맛있겠다.” 두 입 맛보던 이옥자의 눈이 반짝였다. “음, 아주 맛있어!” “우리 학교 근처 죽집에서 산 거예요. 그 가게 벌써 수십 년이 되는데 장사가 계속 잘 돼요. 죽도 깨끗하고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저도 아플 때마다 이 집 죽을 사서 먹거든요. 먹고 나면 속이 많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도 드리려고 사 왔어요.” “고마워.” 이옥자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 죽이 맛있긴 하지만 지난번에 네 언니가 해줬던 것보다는 못해.” 임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언니 요리 솜씨가 좋긴 해요. 할머니 드시고 싶으면 다음에 언니더러 좀 해달라고 할게요.” “정말? 그럼 나야 고맙지. 지금까지 좋은 걸 많이 먹긴 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간단한 게 더 좋더라고. 네 언니가 한 요리들 내 입맛에 아주 맞아.” 임하나는 이옥자가 너무도 기뻐하자 초를 칠 수가 없어 이렇게 말했다. “언니 요즘 한가하거든요. 이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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