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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어떡하면 좋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김승연이 걱정스럽게 묻자 임하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괜... 찮아요... 병원에... 갈 필요까진... 없어요... 조금만 몸... 따뜻하게 녹이면... 괜찮아져요...” 그러고는 다시 육현우에게 말했다. “대표님께서... 여긴 어떻게 왔어요?” “걱정돼서 왔죠.” 임하나에게 말할 때는 말투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하나 씨가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았다가 또 겁이 많아서 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바보 같은... 짓이요?” 임하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 바보 같은 짓... 안 했어요...” “그럼 왜 자신을 욕실에 가둬 놓고 에어컨 온도까지 이렇게 낮췄는데요?” 육현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혼내듯 말했다. 하지만 임하나를 혼내는 건지, 자신을 혼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임하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소이현의 짓이에요...” “소이현? 걔가 그런 거라고?” 김승연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임하나 대신에 화를 냈다. “걔 뭔가 쉽지 않다 했어. 네 남자 친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어떻게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어? 정말 독한 애야, 아주.” 육현우도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되겠어요. 한 비서, 경찰에 신고해.” 그런데 그때 손등이 차갑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임하나가 이불 안에서 손을 꺼내 뭔가를 찾다가 그만 실수로 그의 손과 닿은 것이었다. 임하나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재빨리 거두어들였다. “휴대 전화... 찾으려고요.” “여기 있어요.” 육현우는 책상 위에 있던 휴대 전화를 그녀에게 건넸다. 임하나는 휴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손이 하도 떨려서 두 손으로 잡을 수가 없었고 잠금 해제도 어려웠다. 육현우가 다시 휴대 전화를 잡았다. “도와줄게요. 비번 뭐예요?” 임하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비번을 얘기했다. 잠금을 해제한 후 육현우는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뭘 보려고요?” “통화... 기록이요.” 육현우가 통화기록을 눌렀다. 수십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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