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
임하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금 누가 더 안 됐나 비교하는 거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눈앞의 강인하를 보았다.
“소이현이 전 여자 친구라고요? 그런데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죠?”
심지어 소이현에게서 이런 사람의 존재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소이현의 가정환경이 별로이긴 하지만 늘 자중했다. 학교에 그녀에게 대시하는 남학생들이 많아도 전부 다 거절했었다. 만약 육성재와 함께 뒹구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임하나는 계속 소이현이 아주 보수적인 여자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강인하는 딱 봐도 점잖지 않고 건달 같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못 믿겠어요?”
임하나의 생각을 꿰뚫어 본 강인하는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잡고 육성재와 소이현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에게 거의 다가가자 임하나가 재빨리 잡아당겼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증명하려고요.”
강인하가 웃을 듯 말 듯했다. 임하나가 아무리 말려도 강인하를 말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점점 가했다. 그렇게 소이현과 육성재의 옆으로 다가가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조롱 섞인 표정으로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소이현은 두 눈을 뜨자마자 강인하의 얼굴을 보았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소리를 지르며 육성재의 품에 파고들었다.
“왜 그래?”
육성재도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임하나와 딱 마주친 순간 표정이 확 굳어졌고 소이현의 위에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임하나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강인하가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진짜 도망치고도 남았다.
“이런 우연이 있나.”
강인하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소이현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강인하를 쳐다보았을 때 눈빛도 평소와 같아졌다. 그런데 강인하는 그냥 무시하고 임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나야, 이분은?”
“왜? 벌써 잊었어?”
강인하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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