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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장

오랫동안 그를 옆에서 봐온 김정우였기에 이런 그의 몰골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김정우도 더는 까맣게 탄 시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육현우에게 임하은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하은 씨 오셨어. 하나 씨를... 보고 싶대.” 육현우는 그제야 살짝 팔을 풀더니 낮은 소리로 울먹였다. 임하은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육현우 품에 안긴 타다 남은 시신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언니...” 김아영이 임하은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그 소리가 영안실을 가득 메웠다. 임하은은 김아영을 밀어내더니 타다남은 시신이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너무 슬퍼서인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임하은은 지금 누군가 도끼를 들고 그녀의 내장을 전부 두 동강 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절망감은 평생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넋을 잃고 앉아 있던 임하은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시신의 손을 살폈다. ‘오른손, 왼손.’ “하은 씨, 뭐 찾아요?” 김정우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물었다. 임하은이 말했다. “팔찌. 팔찌를 찾고 있어요. 이 사람 하나 아니에요. 절대 하나일 리 없어요. 하나는 손목에 팔찌를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팔찌가 없잖아요.” “팔찌요?” 김정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팔찌요?” 사실 김정우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아무리 팔찌를 끼고 있었다 해도 심하게 폭발한 현장에서 사람도 타서 없어질 정도인데 팔찌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고 말이다. “하나는 어릴 적에 큰 병에 걸린 적이 있어요. 의사란 의사는 다 찾아갔지만 하나는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죠. 그래서 하나를 업고 산자락에서 산 정상까지 절을 하면서 올라갔죠. 그때 도사님이 팔찌를 하나 주면서 말씀하셨어요. 큰 화가 닥쳐도 잘 넘길 수 있게 보호해 주는 팔찌인데 고온에도 녹지 않는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쭉 끼고 있었고 한 번도 뺀 적이 없어요. 그러니 이 시신은 절대 하나가 아니에요.” 임하은이 점점 흥분했다. “하나가 아니라고요. 육현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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