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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장

경찰 조사라는 말에 임하은의 표정은 더 어둡게 굳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혼자 남은 임하은은 뭔가 생각난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야!” “언니?” “너 지금 어디야? 넌 괜찮아?” 벨 소리에 잠은 깬 임하나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괜찮지 그럼. 왜 그래?” 임하나가 괜찮다는 말에 임하은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한 비서님한테 들었는데 너희 회사 직원들 전부 식중독으로 입원했대. 어제 먹은 음식에 독극물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아까 경찰들까지 집으로 왔었어.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통화를 하는 동안 옷을 차려입은 임하나가 말했다. “나 괜찮은 거 맞으니까 일단 진정해. 별일 없을 거야.”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을 언니 생각에 바로 달려가려던 임하나가 멈칫했다. ‘지금 언니는 대표님 집에서 일하고 있잖아. 어제 다시 대표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게 언니, 내가 지금 바로 달려갈 상황이 아니야...” “괜찮아. 언니가 알아서 할 수 있어.” “그래.” 통화를 마친 임하나는 일단 메일로 한승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곤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며 아무 일 없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오후 3시쯤, 경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언니 임하은이 음식에 독극물을 넣은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식중독 사건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독극물 투여에, 사건 피의자가 언니라니. 순간 임하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부랴부랴 경찰서로 달려간 임하나는 문 앞에 세워진 익숙한 차량을 보고 멈칫했지만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육현우도 경찰서에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경찰로 보이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동화 속 왕자님이 실재한다면 이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귀한 분위기였다.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생각을 하던 그때, 하필 육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 눈동자에서 뿜겨져 나오는 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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