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장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둔탁한 무언가가 다리를 치고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야 임하나는 자신의 몸이 홀딱 젖었음을 인지했다.
부랴부랴 깨끗한 수건을 챙겨온 이지영이 그녀의 옷을 닦아주었다.
“어머, 하나 씨, 괜찮아요? 내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수건을 받아 든 임하나가 이를 악물었다.
커다란 식탁에 많고 많은 빈자리 중 하필 그녀 곁으로 온 것, 굳이 임하은을 지금 이 시간까지 남겨둔 것, 전부 다 이지영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짠 판이라는 걸 모를 만큼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직 덥히지 않은 전골이라 천만다행이네요.”
엉망이 되어 버린 임하나를 바라보던 이지영이 말을 이어갔다.
“옷이 엉망이 됐네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겠어요.”
웬만해선 거부하고 싶었지만 기름기가 섞인 육수를 뒤집어쓴 기분은 상당히 찝찝했으므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요.”
2층으로 올라온 이지영이 말했다.
“내가 새 옷으로 가져다줄게요.”
그리고 1분 정도 지났을까?
“새 옷은 캐비닛 위에 올려뒀어요. 대충 샤워라도 해요. 더러워진 옷은 세탁하고 건조까지 하면 바로 가지고 갈 수 있을 거예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도저히 다른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샤워를 마친 임하나가 옷을 갈아입은 순간,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셔츠 한 벌뿐이잖아? 게다가 이건 남성용 셔츠... 당황해서 잘못 가지고 온 건가? 이건 누가 봐도 육현우 그 사람 옷인데...’
어찌할 바를 몰라 애꿎은 옷만 잡아뜯던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육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어?”
깜짝 놀란 임하나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그녀가 왜 여기 있고 왜 그의 욕실에서 샤워까지 했으며 왜 그의 옷을 입고 있는지 해명할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건지 더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간 건가?’
이때다 싶어 욕실을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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