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임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육성재와 연애할 때 그가 부모님께 데려간 적이 있었다. 고작 한 번이었지만 육성재의 부모님은 그녀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연은아는 더더욱 그녀를 예뻐했다.
그 뒤, 임하나는 연은아와 몇 번 통화했고 연은아가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육성재 편에 보내기도 했다.
그때 임하나는 순진하게도 육성재와 쭉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말이다.
부모님의 반대도 없고 축복과 기대만 있을 줄 알았다. 임하나는 자기가 이렇게 행운스럽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매일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날 기숙사 문을 열고 그 장면을 목격한 순간 그 꿈이 드디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연은아가 이렇게 찾아왔다는 건 육성재가 무조건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여 임하나도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연은아의 차에 올랐다.
...
차는 한 고급 레스토랑 앞에 멈췄다. 연은아는 임하나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웨이터에게 예약한 자리를 불렀다.
곧이어 웨이터는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임하나는 육성재가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 마치 두 사람이 같이 나타나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았고 보아하니 꽤 오래 기다린 듯싶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오자 육성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두 개를 밖으로 뺐다.
임하나는 육성재와 거리가 제일 먼 자리에 앉았고 연은아는 임하나와 바짝 붙어 앉았다.
“하나야, 너 뭐 좋아해? 오늘은 아줌마가 쏠게.”
연은아는 임하나 손에 메뉴를 쥐여주며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임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 제가 여기 온 건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하나야.”
육성재가 임하나의 말을 잘랐다.
“먼저 밥부터 먹자. 그러고 얘기해.”
임하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은아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성재가 어떻게 말씀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여기까지 따라온 건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예요. 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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