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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소윤정은 정말 화가 났다.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최악의 계획은 이혼이었고 소윤정은 이미 자발적으로 이혼을 제안했으니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발을 들어 최성훈의 정강이를 향해 걷어차던 순간 소윤정은 생각을 정리했다. ‘나 혼자서 죽도록 버텨 유지한 망할 결혼 생활, 개나 줘버려!’ 최성훈의 정강이를 세차게 걷어차는 순간, 그녀는 결과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이혼하면 될 일이다. 소윤정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최성훈에게 두 번 이혼당할 수도 없지 않은가? 소윤정이 온 힘을 다해 세게 걷어차는 바람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성훈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소윤정,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최성훈, 이 나쁜 놈, 네가 하는 짓은 강간이야! 널 강간죄로 고소할 거야!” “지옥에나 가버려!” “망할 변태 자식아! 싸이코 같은 놈, 아프면 병원에나 가!” 최성훈 저 망할 자식은 어떻게 하면 그녀를 아프게 할지 잘 알고 있었다. 30분 후. 소윤정은 온몸이 무감각해졌다. 그녀의 입술은 퉁퉁 부었고 목소리는 갈라졌으며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더 이상 욕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사나운 눈길로 가지런한 옷차림의 최성훈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최성훈, 당신은 죽더라도 편히 눈 감을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최성훈은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더 할래?” 소윤정은 순간 놀라서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뒤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결혼이 그렇게 싫다면 차라리 이혼해요.” “생각이 정리됐어요. 당신은 나와 하준이를 싫어하니까 이혼하고 멀리 떠날게요. 절대 당신에게 폐 끼칠 일 없게 할게요. 그저 하준이의 양육권만 나한테 주면 돼요. 그래줄 수 있죠?” 소윤정의 질문에 응답한 것은 오랜 침묵뿐이었다. 소윤정은 잘 차려입은 남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비참하고 초라한 자기 모습에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눈언저리가 부어올라 견딜 수 없었다. “당신이 이 결혼에 대해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이 더 이상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 기뻐하는 모습만 보고 싶을 뿐이예요. 성훈 씨는 자신을 위한 선택만 하면 돼요. 그럴 수 있죠?” 말하다 보니 소윤정의 눈에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최성훈은 눈앞의 초라한 여인을 보고 있자니 숨막힘을 느꼈다. 최성훈은 늘 소윤정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지 5년이 넘도록 소윤정은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그를 대했고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조차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슬픔이 가득한 소윤정의 눈길을 마주하자 최성훈은 괜히 짜증이 났다. 최성훈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소윤정의 맞은편에 선 최성훈은 흩날리는 연기를 사이에 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살던 삶을 정리하고 이혼 얘기를 꺼낸 건 첫사랑이 돌아왔기 때문인 건가?’ “송이준 때문이야?” 이 이유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소윤정은 그저 이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다. 더 이상 설명하기에는 이미 너무 귀찮아진 상태였다. “성훈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로 해요.” 다음 순간 그녀의 목덜미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서지훈의 차가운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었다. 서지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손끝으로 그녀의 목을 따라 쓸어내리며 매끄러운 피부를 조금씩 훑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었다. 최성훈이 힘을 주기도 전에 소윤정은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최성훈은 그녀의 목을 조르며 갑자기 다가왔다. “그런 마음은 접어!” “다시는 내 귀에 그 두 글자가 들리는 일 없게 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송이준의 시체를 마주하게 될 테니!” 소윤정이 자신을 두고 갈아타려 하다니! ‘글쎄, 과연 그럴 능력이나 있을지 두고 봐!’ 최성훈은 손가락에 끼워진 담배꽁초를 비벼 끈 후 소윤정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그녀를 탐했다. 시간은 더없이 길게 느껴졌다. 소윤정은 일초가 일 년처럼 느껴졌다. 목소리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쉬어버려 아무리 입을 벌려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저 원한이 맺힌 눈으로 최성훈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소윤정의 모습은 마치 차가운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슬픔은 최성훈을 익사시킬 듯했다. 최성훈은 그 눈빛에서 슬픔과 고요함을 보았다. 그는 소윤정의 손목에 묶인 네모난 손수건을 풀어 그녀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 “감히 송이준을 찾아간다면 그 사람의 시체를 거둘 줄 알아!” 최성훈은 이 말을 던진 후 훌쩍 떠나버렸다. 최성훈이 떠나자 소윤정은 줄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말없이 옷을 입은 소윤정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소윤정은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걸까. ... 하준의 바이러스성 감기는 걸리는 속도도 빨랐고 낫는 속도도 빨랐다. 게다가 아이가 워낙 활발하고 활동적이어서 병원에서 이틀을 보낸 후 소윤정은 아이의 퇴원 수속을 밟았다. 하준은 퇴원할 때 송이준에게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하려 했지만 무슨 일인지 송이준을 만날 수 없었다. 소윤정은 그의 진료실 밖에서 기다렸지만, 송이준이 나타나지 않자 하준을 데리고 최씨 별장으로 향했다. 늦가을이라 길 양옆의 오동나무 잎들이 가을바람을 맞아 노란색을 띠며 도시를 선명한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최씨 별장은 도시 동쪽의 풍경이 좋다고 유명한 곳에 위치했고 산과 강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했다. 택시는 최씨 저택의 대문 앞에서 멈췄고 소윤정은 하준과 함께 내렸다. 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있는 물건들을 받아 들었다. “오셨어요, 작은 사모님. 짐은 이리 줘요.” 소윤정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물건을 건넸다. 소윤정이 하준을 데리고 집에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세 명의 여자가 보였다. 안 주인인 여현아와 강수아, 그리고 그녀의 시누이인 최지민이었다. 세 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특히 여현아는 강수아의 손을 잡고 마치 강수아가 자기 며느리인 듯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웃었다. 세 사람은 소윤정과 하준이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 모두 깜짝 놀랐다. 소윤정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화목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좋지 않은 타이밍에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소윤정은 예의 바르게 불렀다. “어머님!” 몸에 걸치고 있던 숄을 다시 여민 여현아는 표정을 서서히 굳혔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야? 나가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도 너에게 시킨 적 없는데 어떻게 아이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해? 어떻게 엄마 노릇을 하길래 하루가 멀다하고 병치레를 하게 만들어?” 여현아는 안팎으로 소윤정에 대한 불만이 드러냈다. 소윤정을 바라보는 여현아의 눈빛은 혐오감으로 가득했다. 최성훈이 그녀를 볼 때와 똑같은 눈빛이었다. 최지민도 옆에서 거들었다. “소윤정 씨, 우리 엄마 말이 맞아요. 일도 안 하고 집안일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까지 잘 돌보지 못하다니, 폐기물이랑 다를게 뭐죠?” “도대체 아이를 잘 케어할 수 있는 거야? 잘 키울 수 없다면 키우지 마! 너보다 잘 키울 사람은 항상 널려있으니까!” 모녀는 맞장구를 치면서 소윤정을 난처하게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준은 아직 어렸지만 이미 사람의 표정을 읽는 법을 깨우쳤다. 아이는 할머니가 엄마를 나무랄까 봐 서둘러 소윤정을 변호했다. “할머니, 제가 아팠던 건 바이러스성 감기 때문이에요.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잖아요. 우리 엄마 탓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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