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최성훈은 줄곧 소윤정이 이혼을 요구하는 원인이 지금의 생활에 질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5년 내내,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안 질릴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더욱더 말이다.
그래서 소윤정이 최씨 별장을 나가는 순간부터 최성훈은 화를 참고 있었다.
소윤정이 너무 안일한 생활에 익숙해져 아직 사회의 험악함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가서 이 사회가 얼마나 무섭고 험악한지 경험하고 나면 다시 돌아와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가정을 지키리라 믿고 있었다.
여자는 사업보다 남편과 아이를 잘 케어하면 그게 인생 승자다.
근데 지금은 이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굳이 병원에 가서 간호사를 하겠다고 하고, 누군가를 돌보는 서비스업을 하는 게 쪽팔리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소윤정이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집에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소윤정이 하는 일이 싫어서 일부러 강성 병원을 인수하고 핑계를 대서 소윤정을 해고한 것이었다. 아니면 또 밖에서 체면 깎이는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
소윤정을 해고하고 최성훈은 그녀를 데리고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잘 풀어나가려고 했다.
앞으로 집에서 최 씨 사모님으로 잘 있어 준다면 생활비도 더 줄 테니 이런 체면 깎이는 일은 그만하라고 말이다.
하준이 유치원까지 따라온 것도 하준이도 함께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것도, 이혼을 하자고 하는 것도 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밥은 먹지도 못하고 강수아의 화만 돋웠다.
최성훈이 강성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최성훈을 알아보고 자연스레 옆으로 비켜 길을 터주었다.
옥상에 서 있던 강수아도 최성훈이 도착한 걸 발견하고 더 큰 소리로 울며 연약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최성훈 뒤에 따라 내린 소윤정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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