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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병실 안에는 최성훈과 최태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수아가 그의 곁에 없다는 것을 눈치챈 소윤정은 잠시 의아해했다 ‘첫사랑인 강수아가 아픈 거면 성훈 씨가 그냥 두고 올 리 없는데? 아니면 아까 선배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강수아가 화가 난 걸까? 그래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성훈 씨 혼자 여기에 온 걸까? 하지만... 어찌 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는 더 이상 ‘최성훈’이라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병실에 들어서자 소윤정은 그곳에 서 있는 최성훈을 힐끗 가볍게 쳐다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최태수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좀 나아지셨어요?” 하준은 엄마에게 이끌려 첫 번째로 아빠에게 달려가지 못한 채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건넸다. “할아버지! 아빠!” 최성훈은 하준을 보고도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미세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나마도 인사 정도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준은 최성훈의 냉담한 반응을 보고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싶은 마음에 기가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본 소윤정은 마음이 아팠다. 무언가 아이를 위로하려고 말을 꺼내려던 참에 최태수가 입을 열었다. 최태수는 증손자를 보자마자 기운을 되찾았다. 그래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기대고 하준을 손짓해 불렀다. “하준아, 여기 할아버지 옆으로 와.” 아이를 자기 곁으로 부른 뒤, 손을 뻗어 최태수는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하준아, 아빠는 신경 쓰지 마라. 네 아빠는 바보야. 눈이 멀고 머리가 텅 빈 사람이야. 앞으로 엄마랑 많이 지내도록 해. 알겠지?“ 손자인 최성훈의 태도에 불만이 가득한 최태수였다. 만약 지금 병상에 있는 환자가 아니었다면 이 못된 최성훈을 벌써 혼쭐냈을 것이다. 증손자인 하준을 위해서 말이다. 할아버지의 위로에 하준은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할아버지 말씀 맞아요. 우리 엄마는 최고예요. 뭐든지 다 할 줄 아세요.” 하준은 소윤정을 바라보며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최태수는 증손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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