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데일

그가 그 사건을 물을 줄 예상치 못했던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나를 보며 그는 따뜻한 차를 따라주며 입을 열었다. “그해 저희가 단비산의 산골 주민의 집에서 송여은 씨를 발견했을 때 심신 상태가 좋지 않아 변방에서 있었던 반년 동안의 일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좋아지셨죠. 송여은 씨, 그해 반년 동안 뭘 겪었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자들로부터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토해내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그 일이 지금 조사하시는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예요? 양 형사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안주길을 쭉 쫓다가 한 사람을 찾았는데...” 양 형사는 말하다 말고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송여은 씨도 아는 사람일 겁니다.” 나는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예상이 되었다. 머릿속에 묻어둔 줄로만 알았던 5년 전의 기억들이 또다시 물밀듯이 밀려오며 나를 괴롭혔다. 피비린내 나고 폭력적이고 끔찍하고 두려웠던 모든 장면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벌벌 떠는 나를 보며 양 형사가 걱정스레 물었다. “송여은 씨, 괜찮으세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나를 진정시켰다. 이미 5년이나 지났고 평생 이렇게 괴로워하며 살 수는 없었다. “데일...이에요?” 나는 마음을 잠식한 공포를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중국 국적의 크루베론 군벌의 양자로 아시아 지역을 인솔하고 있죠. 그해 안주길이 송여은 씨를 외국으로 데리고 간 뒤에 데일한테 넘겼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5년이었다. 이 악마 같은 인간은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양 형사는 나를 바라보며 한참을 뜸 들이다가 물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