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제가 죽였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투는 몹시 평온했다. 마치 죽음을 앞둔 노인이 남은 사람을 위해 하는 당부와 무력감이 느껴지는 듯해 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시큰해졌다. 그와 그토록 오래 싸웠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를 다정하게 아빠라고 불렀던 날은 아주 먼 옛날이 되어 있었다. 그를 본 나는 끝내 더는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긴 시간의 대치 끝에 별안간 평화롭게 대화를 하자니 분위기가 몹시 이상하게 느껴져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퇴원 준비는 제가 준비할게요. 가서 엄마 좀 봐야겠어요.” 말을 마친 나는 병실을 나서려 했다. 별안간 송정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가고 나면 네 엄마 잘 챙겨줘. 송한 그룹의 앞으로 발전에 대해 이미 계획을 다 끝냈으니까 별다른 문제 없으면 넌 온건하게 10년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면 너랑 네 엄마가 남은 평생 평온하게 살기엔 충분할 거야. 기왕 송한 그룹에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니 염지훈과 이혼하고 나면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잘 살아. 예전처럼 고집부려서 충동적으로 굴지 말고. 여은아, 이제 컸으니 스스로를 잘 지켜야 해. 5년 전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마. 이젠 아빠가 온 세상을 뒤져가며 널 찾아갈 수는 없어. 아빠는 늙어서 더는 널 지켜주지 못해.” 제자리에 멈춰 선 나는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끝내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아무리 싸우고 싫어해도 결국에는 응어리가 풀리게 되었다. 나도 그가 날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송정헌은 비록 당시의 일에 대한 나의 해명을 듣지도 않고 조금만 실수해도 한바탕 혼쭐을 내고 욕설을 퍼붓기는 해도, 일단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나를 지켜주었다는 것을 나는 다 알고 있었다. 눈물을 닦은 나는 숨일 내쉰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알겠어요, 아빠.” 그동안의 끝도 없이 싸우며 나는 단 한 번도 지금처럼 그의 앞에서 이렇게 그를 부른 적이 없었다.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