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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안 가면 안 돼?

염지훈이 거의 다 먹은 것을 확인 한 나는 입을 열었다. “나한테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돼. 당장은 당신과 이혼할 생각 없어. 배 속의 아이도… 잘 챙길 거고. 본가 쪽은 할머님께서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송여월이 나서서 날 귀찮게 하지 않는 이상 나도 건드리지는 않을 거야. 적어도 아이 낳기 전까지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 젓가락을 내려놓은 염지훈은 담담한 눈으로 무미건조하게 나를 쳐다봤다.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덤덤하게 대답한 그는 다른 말은 없었다. 식사를 마친 뒤 염지훈은 곧장 나를 청산각으로 데려다주었다. 원래는 회사로 향해야 했지만, 어젯밤에에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회사로 가도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한 나는 제대로 씻고 잠에 들 준비를 했다. 욕실에서 나오자 지금쯤이면 떠났어야 했을 염지훈이 소파에 앉아 패드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저렇게 바쁜 거면 지금쯤 회사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기척을 들은 건지 그는 시선을 들어 나를 쳐다봤다.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비록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불편해진 나는 얼굴을 돌린 채 고개를 숙여 머리를 말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안의 수건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내 염지훈은 나를 소파에 앉힌 채 길쭉한 몸으로 내 옆에 서서 익숙하게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피하려고 했지만 그런 나를 염지훈이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 나는 도무지 이런 다정하게 행동하는 그를 마주할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길을 피한 나는 놀란 염지훈의 얼굴은 무시한 채 평온하게 말했다. “오늘은 회사 안 가?” 입술을 꾹 다문 그의 시선이 나로 향하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보기 싫어?”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청산각에 안 왔으면 좋겠어. 나보다는 송여월이 널 더 필요로 할 거야.” 얼굴을 굳힌 염지훈은 감정을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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