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모용준은 슬하에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다.
아들 모채민은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고 현재는 남도성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도 승승장구 중이다.
둘째 딸 모채희는 상업의 여왕으로 모용준이 창립한 정성 그룹을 이끌고 단 몇 년 만에 규모를 몇 배로 확장해 나양시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모용준은 조기 은퇴 후 정성 그룹 전체를 아예 모채희에게 맡겼다.
막내딸 모채령은 나이가 어리고 성격이 활발해 무예를 아주 좋아한다. 그녀는 나양시 사대종사 중 장해성을 사부로 모시고 무예를 닦았다.
모채희의 차 안은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기분이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이진영은 잠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무래도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채희이기 때문이다.
“신의님, 정말 감사드려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신통한 의술과 뛰어난 무예를 갖추고 있다니, 앞날이 아주 창창하리라 믿어요.”
모채희가 먼저 이진영에게 말을 걸었다.
“과찬이세요.”
이진영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전 함부로 누군가를 칭찬하지 않아요. 하지만 방금 그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에요.”
모채희는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겼는데 동작 하나에도 우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영광이네요.”
폭풍우를 겪었던 이진영은 워낙 마음이 성숙하고 단단해져 모채희의 칭잔에도 전혀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겸손하면서도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신의님을 알게 되어 저희가 영광이죠.”
모채희는 진심으로 이진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차는 곧 낙수강 부근에 있는 모씨 저택에 도착했다.
전체 저택은 부지가 아주 컸는데 내부 건물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정자와 누각, 다리와 연못이 어우러져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명문가의 클래스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모씨 저택에 도착하자 모채희는 이진영에게 카드 한 장과 최신형 스마트폰을 건넸다.
“신의님, 카드에 600억이 있으니 치료비로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그러자 이진영은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받았다.
그는 돈이 아주 필요했다.
옛말에 문인은 가난하지만 무인은 부유하다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공부가 가장 좋은 길이지만 무예를 수련하려면 많은 귀한 약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양을 따라갈 수 없어 아무리 고생해도 헛수고이고 심지어 몸을 망칠 수도 있었다.
“신의라고 부르는 건 어색하니 그냥 이름 불러주세요.”
이진영이 말했다.
“우리 모씨 가문의 큰 은인이라 우리 채희가 감히 성함을 부르지 못하는 것 같아. 하지만 호칭이 마음에 안 든다면 기꺼이 성함을 부르겠네.”
이때 모용준이 말을 이어받더니 옆에 있는 모채령에게 눈짓을 했다.
“이... 이진영 씨. 죄송해요. 무례함을 용서하세요.”
여태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건네지 못했던 모채령은 그제야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이진영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모채령은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으로 강자에게 강하게 끌렸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무시하고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매우 경외심을 가졌다.
이진영이 오늘 보여준 기사회생 침술과 한 방에 7품 고수를 제압하는 실력은 모채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진영은 모채령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모채령에게서 진애리와 비슷한 점을 여러 개나 발견하고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진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모채희는 바로 분위기를 풀어주며 말했다.
“이진영 씨, 듣기론 지금 고정된 거처가 없으시다는데, 마침 제경가든에 비어있는 집이 있어서요. 괜찮으시다면 선물로 드릴 게요. 우리 채령이의 무례에 대한 사과로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이진영은 모씨 가문의 이유 없는 호의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공짜로 포장된 대부분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 가격이 매겨진 것들이 많았다. 순간적인 유혹에 빠지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소가 제경가든이라는 말에 이진영은 마음이 세차게 흔들렸다. 왜냐하면 그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곳이 바로 제경가든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은 사양할게요. 대신 먼저 가보고 마음에 들면 사는 거로 하죠.”
확실히 그는 지금 머물 곳이 필요했다.
“좋아요. 그럼 바로 모실게요.”
모채희는 직접 차를 몰고 이진영을 제경가든으로 데려갔다.
제경가든은 나양시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전원주택 단지 중 하나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재벌이나 고위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은 모씨 저택과 그리 멀지 않아 차로 10분 정도면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의 차가 18동으로 향하자 정원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순간 이진영은 감동을 받았다.
“여긴가요?”
“맞아요. 제경가든 18동, 왜 그러세요?”
모채희가 물었다.
이진영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 원래 내가 살던 곳이었어요.
“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이건 정말 운명이에요. 돌고 돌아 결국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네요.”
모채희는 마음속으로 아주 기뻤다. 어찌 이런 행운이!
모채령이 주차를 하기도 전에 이진영은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그는 2년 동안 이곳에 돌아오지 못했다.
2년 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정원의 모습에 이진영은 코끝이 찡해졌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진씨 모녀에게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며 굴욕을 겪었다. 그런데 다시 이곳에 돌아오게 되니 감정이 북받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모채희가 문을 열고 이진영화 함께 집안 내부로 들어갔을 때, 내부는 이미 인테리어를 다시 해서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진영 씨, 인테리어와 배치는 어때요? 저 이 집 받고 한 번도 살지 않아서 안에 물건들에 손도 안 댔어요.”
“예전의 흔적이 하나도 없네요. 혹시나 부모님의 유품이라도 찾을 가 싶었는데, 아마 다 버려졌겠죠.”
이진영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집 산 건가요?”
“아니요. 진모현 씨가 우리 모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다고 해서 1년 반 전에 이 집을 우리 아빠 생신 선물로 주었어요. 덕분에 성안 그룹과 협력하게 됐죠.”
이진영은 싸늘하게 웃었다.
진모현이 그의 집을 새로 꾸며서 모씨 가문에 선물을 했다고?
“진모현...”
진모현을 언급하자 이진영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낮에 한 번 그녀의 몸을 얻은 거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더 독하게 그녀를 다루어야 이 화가 그나마 풀릴 것 같았다.
싸늘한 이진영의 표정에 모채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듣기론 진모현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아주 최악이죠.”
이진영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 여자 아주 대단한 여자죠. 나양성에 피난을 왔을 때 그 여자와 어린 딸을 받아준 건 우리 엄마였어요. 그런데 결국 우리 가문을 배신하고 권력과 돈을 전부 손에 쥐었죠. 그 여자의 독한 수단은 정말 놀라울 정도예요.”
이 일을 언급하자 이진영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모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몇 번 거래를 해봤는데 수단도 좋고 배짱도 있는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하지만 이제 보니 안목은 별로네요. 이렇게 능력 있는 이진영 씨를 몰라보다니... 정말 눈이 어두운 사람이에요.”
모채희는 돌아가자마자 성안 그룹과 모든 협력을 끊고 선을 긋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