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진씨 저택.
진모현은 오혜숙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그 자식 찾았어?”
“아직 못 찾았어요. 어디 숨었는지 도저히 안 보이네요.”
오혜숙이 보고했다.
“아니, 장님이 도망가면 어딜 갈 수 있다고. 빨리 찾아서 죽여버려!”
진모현은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마음속의 분노와 살기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럴 필요까지 있나? 난 당신을 살려뒀는데 당신은 왜 끝까지 날 죽이려고 하는 거지?”
이진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와 진모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찾을 필요 없어. 집에 왔으니 아줌마도 빨리 돌아와.”
진모현은 오혜숙에게 명령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배짱도 크네. 다시 돌아올 줄이야. 이 집이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날 죽이고 싶다며? 나 못 찾을까 봐 직접 찾아왔어.”
이진영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하면서도 시선은 진모현의 몸에서 떼지 않았다.
이진영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자 진모현은 의구심이 들었다.
“너 내가 널 못 죽인다고 생각해?”
진모현의 눈에는 살기가 스쳤다.
“당신처럼 지독한 여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
말을 끝낸 이진영은 자연스럽게 진모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진모현은 바로 그와 떨어져 앉았다.
그녀는 지금 오혜숙이 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난 널 죽이려고 한 적 없어. 하지만 넌 나에게 추악한 짓을 했으니 반드시 죽어야 해.”
진모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녀는 이진영이 분명 멀리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돌아온 건지 의아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진모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진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미 엎어진 물이니 후회하지 않아. 물론 당신이 개의치 않는다면, 오혜숙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당신을 해버릴 수도 있어.”
“죽어버려! 개자식!”
진모현이 발을 동동 구르자 가슴이 들썩거렸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이진영에게 베개를 던졌다.
“화났어? 근데 왜 화를 내는 거지? 당신 모녀가 나한테 한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본전도 아니라고. 난 그냥 약간의 이자를 받은 것뿐인데 벌써 견디기 힘들어?”
이진영의 한마디 한마디는 진모현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변해버린 이진영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진모현은 분노를 억누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왜 돌아왔겠어. 넌 지금 생존 능력이 없어서 도망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거잖아. 그래서 날 일부러 자극하면서 존재감을 찾으려는 거지.”
“마음대로 생각해.”
이진영은 더는 설명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소파에 기대 눈을 감았다.
계속 그녀를 쳐다보다간 참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진영은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 중요한 순간에 오혜숙이 들어오면 분위기를 망치게 될 테니 말이다.
둘은 침묵에 빠졌다. 진모현은 오혜숙을 기다렸고 이진영 역시 그녀를 기다렸다.
반 시간도 안 되어 오혜숙이 도착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오혜숙이 들어오자 진모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난 괜찮으니까 이 자식 당장 죽여.”
진모현은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댄 이진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드디어 왔네.”
이진영은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빨리 끝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오혜숙은 가정 도우미이자 삼품의 실력을 가진 경호원으로 진모현이 가장 믿는 사람이다.
오혜숙은 말없이 이진영의 머리를 노리고 다리를 휘둘렀고 이진영은 아무런 기술도 쓰지 않고 단지 힘으로 주먹을 날렸다.
가끔은 힘이 실력을 이길 때도 있는 것이다.
선천종사가 후천실력자를 상대하는 건 풀을 베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오혜숙은 벽에 부딪혀 나가떨어지더니 다리가 부러져 전투력을 잃고 말았다.
진모현은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진영은 벽에 기댄 채 오혜숙의 목을 잡고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줌마도 너무 약해.”
“너... 네가 어떻게 이렇게 강해졌지?”
오혜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오혜숙은 이진영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진애리조차도 그를 쉽게 패고 개처럼 밟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어젯밤에는 거의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사람이 이렇게 강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줌마가 날 낙수강에 던져줬기에 오늘은 일단 살려줄게.”
이진영은 오혜숙의 오른손을 그대로 부러뜨렸다.
한쪽 다리와 손 하나를 부러뜨린 거로 일단 지나가지.
그는 오혜숙의 혈 자리를 눌러 그녀를 기절시킨 뒤 전에 그가 갇혀 있었던 지하실의 작은 방에 던져 넣었다.
이진영이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마침 진모현은 옷을 입고 도망치려고 했다.
“어딜 가려고?”
이진영은 가볍게 진모현의 앞에 날아와 그녀 앞을 막아섰다.
“너... 앞이 보이는구나? 게다가 무술을 익혔어?”
“그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말도 안 돼!”
진모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 낮에는 내가 조금의 이자를 받았으니 이젠 슬슬 원금을 회수할 차례야.”
이진영은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너 무슨 짓을 하려고? 나한테 손대지 마!”
진모현은 여장부의 위엄을 모두 잃은 채 뒤로 물러섰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진영은 진모현을 번쩍 안고 침실로 향했다.
“이거 놔, 이 새끼야!”
진모현은 이진영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지만 그녀의 주먹은 마치 솜뭉치와 같았다.
진모현은 꿈에도 이진영이 다시 그녀를 이렇게 다룰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진영은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치며 분노와 억눌린 감정을 해소했다.
진모현은 비명을 질렀지만 수치스럽게도 왠지 이 상황을 즐기게 되었다.
“이진영, 그만 때려. 더는 못 참겠어.”
진모현은 결국 참지 못한 채 땀을 흘리며 애원했고 이진영은 적당한 시점에서 멈췄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영과 진모현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이진영은 방해받는 것이 싫었고 진모현은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체면이 구겨질까 봐 두려웠다.
“이렇게 빨리 깨어날 리가 없는데?”
이진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혈 자리를 눌렀으니 그녀는 앞으로 적어도 열두 시간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엄마, 안에 있어?”
문밖에서 진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애리가 돌아왔다!
이진영은 진애리의 목소리를 듣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모현은 속이 철렁했다.
그녀는 이진영과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도 두려웠지만 그중에서도 진애리가 알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녀는 진애리가 혹시라도 문을 열고 이 장면을 보게 될까 봐, 그러다 이진영이 진애리까지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