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아이들과 노인들은 전부 줄을 맞춰 서서 하나둘 청명기지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럼 우리 각성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죠?”
남아 있던 각성자 세 사람이 이세호에게 물었다.
이세호는 조금 전 건네받았던 생수 두 병을 나눠 주며 말했다.
“이거 다 오염 안 된 물이에요. 우선 조금씩 나눠 마셔요. 우리야 각성자니까 기지 안에 들어가면 대우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밖에서 희망 없이 떠돌던 이들에게 이렇게라도 맑은 물을 얻는 건 말 그대로 큰 행운이었다.
“이거 진짜 깨끗한 물이네요! 아무런 오염도 없어요!”
세 사람 중 한 각성자는 생수병 속을 들여다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어쨌든 밖에서 계속 방황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하지만 혹시라도 그쪽이 사람을 잡아먹거나 하는 곳이면 우린 바로 맞설 거예요.”
대머리에 가까운 또 다른 각성자가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전에도 사람을 꾀어 놓고 식인 행위를 하던 기지를 본 적이 있어서다.
“그럴 가능성은 작을 거예요. 아까 우리 둘이 들어갔을 때 토마토 계란 국수를 주더라고요!”
옆에서 안진수가 신나게 말했다. 입안엔 아직도 부드러운 면발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국수를 먹었다고요? 제가 생각하는 그 국수 맞아요? 요즘 시대에 진짜 국수가 있을 리가...”
아직 못 들어가 본 각성자 중 한 사람인 장원서는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토록 황폐해진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식량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이에요. 우리 둘이서 큼직한 그릇으로 한 그릇씩 먹었어요. 그게 거짓말이면 제가 왜 이러겠어.”
안진수는 그 맛을 다시 떠올리며 설레는 듯했다.
“그럼 뭘 망설여요! 얼른 들어가요!”
장원서는 더 기다릴 틈이 없다는 듯이 서둘렀다. 하지만 이세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노약자랑 아이들이 먼저 들어가는 게 이 기지 방침인 것 같아요. 우리도 어차피 오늘 안으로는 전부 들어갈 테니 우선 이 물 나눠 마시면서 버텨요.”
남은 세 명은 아쉽지만 이세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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