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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양현경도 임호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애초에 큰 희망을 품지는 않았다. 매달 생활비 외에는 단 한 푼도 돈을 준 적이 없었으니까. “돈 없어. 내가 매일 소처럼 일하는 거 몰라? 아들 약혼식 준비하는 것만 천만 원이 들어갔어. 예물, 집, 차까지 해줬는데 무슨 돈이 있겠냐?” “네 집안일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 임호진은 전화를 끊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호텔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널 위해서 내가 특별히 준비한 팔찌야. 마음에 들어?” 이때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가운을 입은 채로 다가오더니 까르띠에 팔찌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 시각 양현경은 어쩔 수 없이 임재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하나는 타지에서 막 일을 시작한 탓에 전화해도 도움이 안 될 게 뻔하다. 부랴부랴 달려온 하선아는 수술비가 5천만 원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양지원은 천만 원을 보탰고 양윤경은 1200만 원을 내놓았다. 양현경은 갖고 있는 장신구들을 전부 팔기로 결심했다. 장신구를 팔고 임재혁과 함께 병원에 돌아왔을 때 오진숙은 이미 입원한 상태였다. 입원은 수술비를 전부 지급해야 가능한 것이기에 양현경은 상황 파악이 안 되어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엄마 입원했어? 수술비는 어떻게 해결한 거야?” 양현경이 놀라며 물었다. “이모, 제가 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때 하선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선아가 냈어.” 딸의 저작권료가 2억이 넘는다는 걸 몰랐다면 5천만 원의 수술비 때문에 양윤경도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약혼식 준비를 하던 임재혁도 오진숙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선 여자 친구와 함께 황급히 달려왔다. “수술비를 냈다고요?” 임재혁은 어릴 적 양현경의 본가를 자주 갔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이번 수술비를 모으는 것도 한참이나 걸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게 해결했다. 임재혁의 여자 친구는 금테 안경을 꼈는데 누가 봐도 엘리트처럼 보였다. “응. 내가 냈어.” 하선아가 웃으며 답했다.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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