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가연은 건우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건우가 한 말한 조금 믿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10개월 동안 건우의 쓸모없다는 인상이 마음속에 뿌리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건우는 호진을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날뛸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티끌 한 점 없이 일 처리를 하였다고 생각해? 만리상맹을 빌려 나와 가연을 이혼하도록 강요할 수 있을 것 같아? 웃기는 소리 하고 있어! 김호중도 방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용서를 빌었단 말이야, 사실을 모두 말하면서!”
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가연도 그에게 크게 실망한 듯 더는 말이 없었다.
호진은 배꼽을 끄러 잡고 웃었다.
"건우 너는 정말 망상증에 심하게 걸렸구나, 머리에 환각이 나타났어! 김호중이 너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다니, 너 그냥 만리상맹의 어르신이 네 동생이라고 말을 하지 그러니?"
’동재가 정말 내 동생이긴 한데, 너한테 그럴 알려줄 것 같아?’
그는 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연아, 내가 말하는데 모든 것은 호진이가 뒤에서 버린 짓이야, 임호진이 김호중에게 여자 세명과 돈 십억을 주어 이 일을 시킨 거고, 이 일을 빌어 가연 씨를 자기의 여자로 말들 속셈이었어. 임호진! 내 말이 맞지? "
호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건우가 한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수옥은 빗자루를 잡고 건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구라야! 전부 다 구라야! 너 같은 쓰레기가 상상해낸 거지? 뭐, 억을 주고 시켜? 너 머리가 돈 거 아니야?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어떤 여자를 못 찾겠어? 하필 우리 가연을 탐낼 이유가 있어?"
건우는 날아오는 빗자루를 손으로 붙잡았다.
"자기 큰형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변태 녀석을 누가 알겠어요?"
이 말에 호진은 벌컥 화를 냈다.
"미친 소리, 너랑 얘기하기도 귀찮아."
수옥은 미친 듯이 마구 때리며 건우를 문밖으로 내쫓았다.
"꺼져! 어서 꺼져버려! 앞으로 너는 우리 집에 발 한 발짝도 얼씬할 생각 하지 마!"
건우는 가연을 향해 소리쳤다.
"가연아, 잘 생각해 봐, 내가 쓸데없는 놈이긴 해도 언제 널 속인 적 있어?"
펑!
수옥은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건우는 심호흡을 깊게 하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문밖으로 던져진 짐들을 정리했다.
그때 집안에서는,
호진은 웃으며 가연을 바라보다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가연 씨, 봐요, 이제 우리 아빠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 줬으니 오늘 가서 이혼하는 건 어때요?"
그에 가연은 의심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임호진 씨, 그때 내가 이혼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 절대 나서지 않을 거라고 그러지 않았어요? 난 지금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언니, 귀신에게 홀렸어? 그 쓸모없는 망상증에서 나온 말도 믿어?"
"가연 씨가 믿기 어려우며 내가 지금 당장 가서 아빠를 찾아 증명할게요!"
호진은 이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집을 나서려 했다. 사실, 마음이 좀 당황한 그는 서둘러 호중을 찾아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우리 미래 사위, 난 널 믿고 있으니 아버지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줘."
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떠났다.
밖에 있던 건우는 수옥과 지연의 인사 속에서 람보르기니에 올라타 떠나가는 호진의 모습을 보며 눈빛이 싸늘해졌다.
"휴, 정신 나간 놈 같으니라고! 빨리 치우고 나서 얼른 꺼져!"
수옥은 건우쪽으로 침을 뱉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건우도 마침 짐을 다 정리한 참이었다. 중요한 것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고 다시 살 생각이었다. 그는 돈이 너무 많아 쓸 곳이 없어 고민이었다....
막 걸음을 옮기려 할 때 가연이 집에서 달려 나왔다.
"건우야, 잠시만!"
이 말에 건우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본 그는 마음속으로 약간 실망했다. 가연의 눈빛에서 아직도 자신을 믿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짐이 이렇게 다 밖에 버려졌는데.... 가지 않으면? 대문 앞에서 자기라도 할까?"
"건우 네 말이 다 사실이라면 뭐가 두려워서 집을 나가는 거야? 우리 엄마는 지금 임호준을 집안으로 들이려고 하고 있는데, 만약 정말 그가 뒤에서 시킨 거라면 넌 남아서 날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엄마가 나에게 수면제라고 먹이고 임호준이랑 자게 할지도 몰라, 그래도 건우 넌 상관없어?"
건우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장모님이 정말 돈 때문에 이렇게 할지도 모른다.
”가연아, 네 말이 맞아, 난 네 남편이고 이건 평생 변하지 않을 거니 난 가지 않을 거야."
집안에서 이 말을 엿들은 수옥은 화가 나서 또다시 빗자루를 들고 뛰쳐나왔다. 이번에는 가연이 건우의 앞에 가로막았다.
"엄마, 또 쫓아내면 나도 같이 떠날 거야! 아마 우리 아이가 이제 다 자라면 다시 엄말 보러 올게!"
수옥은 그 말을 듣고 애써 화를 참으며 씩씩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가연이가 정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10개월 전, 감히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은 것처럼 말이다.
"건우야, 증명해줘!"
"뭘 증명하라는....?”
"이제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증거! 앞으로 나를 지켜줄 수 있다는 증거! 아니면 또 우리 엄마한테 쫓겨날 거고…. 나도 결국엔 임호진의 여자로 될 거야."
건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응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증명해 보여줄 테니! 이틀 뒤면 당신네 유 씨 건자재의 주년 연회 아니야? 그때 유 씨네 후배들은 모여서 연간 실적에 대하여 총결을 짓잖아, 내가 그 전에 가연 씨한테 큰 선물을 줄게."
"어떤 큰 선물을....?"
"내가 말해도 믿기지 않을 수가 있으니 그때 가서 보면 알게 될 거야."
가연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그의 모습을 보니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
"반지는? 다시 사 왔다고 하지 않았어? "
"여기!"
건우는 얼른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네가 직접 끼워줘!”
건우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반지를 가볍게 끼워 넣었다.
가연은 정말 자신의 결혼반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건우야, 나는 정말 네가 날 속이지 않았길 바래. 이번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잃어버리면 영원히 다시 손에 끼지 않을 거야!”
이때, 수옥이 밖으로 또 뛰쳐나왔다.
"그 손 놔! 누가 내 딸을 만지랬어? 네가 뭔데? 계속 우리 집에 붙어 있을 거면 얼른 가서 밥부터 하고, 바닥도 닦고, 내 옷도 좀 손빨래해놔."
이때 다른 한 편에서는, 호진이 호중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호중아,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가연 쪽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관건이 되는 시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