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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권해솔은 강재하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강현수와 함께할 당시만 해도 그때의 강성 그룹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몇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강성 그룹을 다시 정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권해솔은 솔직히 강재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송승훈의 사무실까지 가는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들어 권해솔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강재하를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강재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소 당황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권해솔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강재하의 앞에 딱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잠시 눈을 맞췄고 강재하가 뭔가 말할 틈도 없이 권해솔은 순식간에 그의 복부를 확 움켜잡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강재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지나가던 학생들까지도 놀라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장면은 아무도 상상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먼저 입을 연 건 강재하였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권해솔의 귀와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든 걸 발견했다. “저 사실...” 순간 권해솔의 머릿속은 완전히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강재하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몸을 살짝 숙였고 그 덕에 두 사람의 거리는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이젠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권해솔 씨, 혹시 길거리에서 이런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세요?” 그 말에 권해솔은 얼떨결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강재하는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 자기 쪽으로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키도 체격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권해솔은 작고 가녀린 체형이었지만 생각보다 힘은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는 강재하의 가슴에 부딪히듯 안겼고 거기서 울리는 묵직한 심장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가요. 송 교수님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하지 말고.” 그 상태 그대로 두 사람은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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