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권해솔은 핸드폰을 쥔 채로 미친 듯이 타자하며 재이에게 불쾌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대표님, 휴대폰이...”
배에서 막 내린 강재하는 가장 먼저 회사로 향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휴대폰이 계속 울렸지만 그는 무음으로 전환하지 않고 조용히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럴수록 미간에 깊은 주름이 지며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강재하의 표정을 본 직원들은 저마다 긴장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럴 땐 틀림없이 대표님이 화를 낼 때였지만 끝내 그는 한숨만 푹 쉬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직원들도 강재하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봤지만 어쨌든 이번 회의를 무사히 넘겼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냐? 안색이 왜 그렇게 어두우셔?”
몇몇 직원들이 소곤소곤 토론하기 시작했다.
“예전 회사 위기 때도 저런 표정은 없었는데.”
그러자 한 남자 직원이 말했다.
“내 생각엔 여자 문제인 것 같아. 아무리 대단한 남자라도 여자 문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
다른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적어도 강재하에게 그런 사적인 문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권해솔은 오랜만에 푹 자고 따뜻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떴지만 어떤 사람은 눈 밑에 선명한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해솔아, 너희 어제 돌아왔다는 얘기 들었어. 시간 괜찮으면 학교에 와줄래? 처리할 서류들이 좀 있어.”
송승훈이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와 권해솔은 양치질을 하다 말고 얼른 가겠다고 대답했다.
“네. 갈게요.”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자 눈앞에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너 어떻게 들어온 거야?”
아파트 단지 외부에는 출입 통제가 있었기에 주민의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강현수는 말도 없이 다가왔고 권해솔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강현수! 지금 이건 명백한 주거침입이야. 지금 나가면 아무 책임도 안 물을 테니까 나가.”
그렇지만 권해솔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던 권해솔이 식탁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힐 때쯤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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