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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하지만 강재하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권해솔을 그대로 안은 채 방 앞까지 데려다줬다. 강재하가 권해솔을 방 앞에 내려주고 나서도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들어가서 푹 쉬고 계세요. 무서우면 전화하시고.” 강재하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돌아섰고 남겨진 권해솔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중얼거렸다. “겨우 시체 몇 구가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예전 대학 시절에도 권해솔은 해부학 실습을 한 적이 있다. 그땐 하루 종일 수술실에 있으면서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바쁘게 지냈었다. 다만, 이 일로 인해 언제 해성시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권해솔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장윤정과 고민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해성시를 떠나기 전, 맡은 일은 다 정리해 두었기에 장윤정은 단지 몸조심하라는 당부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고민재가 권해솔을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 “너 진짜 괜찮은 거지?” 권해솔은 괜찮다는 듯 옅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 그냥 발목을 좀 삐끗했어. 너도 조심해.” 물론 시체가 눈앞에 떨어졌을 땐 깜짝 놀랐지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배 안에 있는 경찰들이 이 사건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찰나, 니콜이 문 앞에 나타났다. “늦은 시간에 실례합니다. 혹시 제 조수를 본 적 있으신가요?” 니콜은 평소와 달리 꽤 다급했다. 권해솔은 니콜의 조수를 처음 배에 타는 날, 딱 한 번 본 이후론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겠습니다. 다시 전화해 봐야겠네요.” 니콜이 다급하게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며 권해솔은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나가기 전에 들었는데 시체가 총 12구였대. 혹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민재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야,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계획적인 범행이잖아. 무작위로 죽인 게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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