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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장윤정은 허재환에게 물을 건넨 후 권해솔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복도. “자, 마셔.” 장윤정이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고마워, 언니.” 권해솔은 살았다는 얼굴로 얼른 목을 적셨다. “너 솔직하게 말해봐. 매운 거 먹었지? 나 다 알아! 내가 분명히 매운 건 안 된다고...” 장윤정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자 권해솔은 얼른 말을 잘라버리며 화제를 돌렸다. “알았어, 알았어. 앞으로는 매운 음식 근처도 안 갈게. 그보다 언니, 왜 내가 캐스팅 된 건지 혹시 알아?” 권해솔이 계약을 맺은 회사는 화양 엔터였지만 하고 있는 녹음은 현재 가장 핫한 게임의 캐릭터 더빙이었다. 그녀가 알기로 두 회사의 사장님은 전혀 친분이 없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콕 집어서 널 쓰겠다고 한 걸 보면 단순히 네 목소리가 캐릭터라 잘 어울려서 그런 거 아닐까?” 두 사람은 그 뒤로 몇 마디 더 나누다 회사 로비에서 헤어졌다. 권해솔은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는 편이라 매번 3시간 안팎으로 일을 마쳤다. 택시에 올라탄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재이에게 폭풍 메시지를 보냈다. [아쉽다. 오늘 내가 늦지만 않았어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우린 언제쯤 함께 작업할 수 있을까?] [참! 아까 회사 로비에서 어떤 남자랑 부딪혔거든? 그런데 그 남자 뒷모습이 꼭 너 같은 거 있지? 설마 너는 아니지?] ... 집으로 돌아온 권해솔은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파티 초대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임유승이 보낸 메시지도 받았다. [일단 네가 물에 빠졌을 때의 자료들은 워낙 얼마 없어서 알아낸 거 전부 다 보냈어.] [그리고 익명의 메일은 보낸 사람의 IP를 간신히 추적하기는 했는데 그쪽에서 금방 눈치채는 바람에 위치가 다시 바뀌어버렸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알아낸 주소를 보내놓기는 했거든? 한번 확인해 봐.] 임유승이 보낸 주소는 공교롭게도 몇 초 전에 받은 파티 초대 문자에 적혀 있는 바로 그 주소였다. 파티를 주최한 건 강씨 가문으로 보나 마나 강현수와 권설아 두 사람과 관련된 일로 연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권해솔은 옷장을 열어 몇 벌 없는 드레스를 한번 훑어보았다. 사실 드레스야 새로 한 벌 장만하면 그만이었지만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기는 싫어 그녀는 아무 드레스나 하나 집어 들었다. “파티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내가 새 드레스를 굳이 사서 입고 갈 필요가 있어? 없잖아.” 권해솔은 정채영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와다다 쏟아내고는 금방 다시 전화를 끊었다. 정채영이 급한 일 때문에 파티에 참석을 못 하게 된 건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지금쯤 그녀를 데리고 드레스 샵을 미친 듯이 돌고 있었을 테니까. 권해솔은 메이크업을 마친 후 머메이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었다. 치마 밑단이 예쁘게 떨어진 것이 꼭 막 바닷속에서 올라온 인어공주 같았다. 드레스와 매칭할 액세서리로 그녀는 예쁜 케이스에 담겨 있는 진주 목걸이를 골랐다. 진주들 가운데 푸른색의 타파이트도 있는 해당 목걸이는 그녀의 어머니인 최한솔이 유품으로 남긴 물건이었다. 해솔이라는 이름도 그녀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권해솔이 추억에 잠긴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던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손님, 저 도착했습니다.” “네,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권해솔은 집에서 나와 택시에 올라타고는 임유승이 보내준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확히 몇 호실인 것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3층인 건 분명해 보였다. 잠시 후, 택시에서 내린 권해솔은 유유한 발걸음으로 카펫을 밟았다. 파티장을 지키던 스태프들은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는 걸 이미 봤던 터라 무시가 깔린 말투로 손을 휘휘 저었다. “초대장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권해솔은 이러한 상황을 이미 여러 번 겪어봤기에 아무 말 없이 바로 온라인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스태프들은 그제야 고개를 숙이며 얼른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뭐가 이렇게 화려해?” 권해솔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파티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홀로 입장한 그녀의 모습에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이런 곳은 원래 파트너와 함께 와야 했으니까. 권해솔은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화장이라도 번진 건가 싶어 가방에서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얼굴을 막 확인하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큰 소리로 불렀다. “언니!” 권설아의 목소리가 워낙 크기도 했고 또 가장 결정적으로는 강현수와 팔짱을 끼고 있어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뜬 채로 세 사람을 구경했다. 권해솔은 조용히 찾을 것만 찾고 가려 했던 계획이 한순간에 틀어지자 속으로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강현수랑 결혼하는 거 권해솔 아니었어? 왜 권설아랑 팔짱을 끼고 있지?” “그러게?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예비 형부 팔짱을 저렇게 끼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나였으면 뺨부터 내려쳤어.” 권설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가볍게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언니, 이 드레스 2년 전에 아빠 생일 때 입었던 거 아니야?” 사람들은 참으로 간사하게도 그 말에 금세 화제를 바꾸며 또다시 수군거렸다. “그러네. 저거 이미 유행 지난 건데 2년 전 드레스를 왜 입고 왔지?” “너희들 그거 몰라? 권해솔 쟤, 본가에서 나왔잖아. 대학교 때도 아마 용돈 같은 건 다 자기가 벌었을걸? 그러니까 신상 드레스를 살 여력이 없는 거지.” “어머, 진짜?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년 전 드레스를.” 누군가는 그녀를 대단하다 여기고, 누군가는 그녀를 깎아내리고, 또 누군가는 그녀를 동정했다. “제대로 봤네. 이거 2년 전에 입었던 드레스 맞아. 몸매 유지를 잘해서 2년 전에 입었던 옷도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 그런데 너는... 동생아, 살 좀 빼야겠다. 허리 라인이 그게 뭐야.” 권해솔이 당당하게 받아치며 은근슬쩍 몸매 품평을 하자 권설아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설아는 너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왜 그렇게 아니꼽게 들어? 그리고 사람들 다 보는데 허리 라인이니 뭐니 그런 말은 왜 해?” 옆에 있던 강현수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너 뭐 귀에 문제 있어? 조롱으로 하는 말인지 걱정돼서 하는 말인지 분간이 잘 안 돼? 나한테 이런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귀 좀 봐달라고 해.”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은 권해솔이 이만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강현수가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 “잠깐 기다려. 이렇게 된 거 지금 여기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사람들은 그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오빠, 여기서 얘기하면 언니 체면이 뭐가 돼...” 권설아가 강현수의 팔을 꼭 잡으며 착한 동생인 척 그를 말렸다. “네 동생은 항상 이렇게 네 생각만 하는데 너는 대체 왜 그래?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추궁하자 권해솔이 코웃음을 쳤다. “권설아가 정말 내 생각을 하는 애였으면 너랑 팔짱을 끼고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겠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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