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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들이 ‘유진 언니’라고 부르던 여성이 뒤에서 걸어 나왔는데 말투에서는 제법 정의감이 느껴졌다. 바로 오늘 실험실에서 봤던 그 온화한 인상의 여자였다. 반묶음으로 올린 머리와 어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겉으로는 전혀 꾸민 티가 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묻어나는 건 분명 고급스러움이었다. 여자는 천천히 권해솔 앞으로 걸어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유진이라고 해요. 저희 팀에 오신 걸 환영해요.” 공유진은 무척 다정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새로운 곳에 오면 누구나 낯설기 마련인데 누군가 다가와 이렇게 먼저 친구가 되어주려 하다니 의외였다. “저는 권해솔이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주위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러자 공유진은 곧바로 웃으며 해명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얘네 가끔 이래요. 사실 웃은 이유는 해솔 씨가 책임자잖아요. 잘 부탁한다는 건 저희가 드려야 할 말이죠.” 겉보기엔 또래처럼 보였지만 권해솔이 지금 맡은 자리는 이들 대부분이 10년 넘게 연구해도 도달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권해솔은 이제 막 온 터라 실험실의 여러 시스템과 절차에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기엔 어려움이 따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절 찾아오시고요.” 공유진은 그렇게 웃으며 다른 이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권해솔은 그녀에게 제법 좋은 인상을 받았다. 예쁘고 말투도 부드러우며 분위기까지 좋아서 주변에서 인기 많은 게 이해가 됐다. 다시 연구 구역을 둘러보려는 찰나, 갑자기 덤불에서 까만 그림자가 튀어나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깜짝이야!” 권해솔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피했고 덮치려던 사람은 허공을 껴안은 채 헛디뎠다. 다행히 고민재는 자세를 잘 잡아 넘어지진 않았다. “야, 너 반응 속도 꽤 괜찮은데? 언제 나랑 게임 한판 하자?” 고민재는 웃으며 권해솔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권해솔은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움에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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