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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어젯밤 병원에서 그녀를 봤을 때 평소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강재혁은 갑자기 그녀를 막아서며 말도 걸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레스로 갈아입으세요. 너무 과장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 주다인은 인형처럼 고급스럽고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는데 어색한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그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강재혁이 다시 그녀를 바라볼 때 주다인의 어깨와 목덜미에 조명에 비쳐 하얗게 빛났다. 게다가 그녀의 눈빛은 무척이나 애절해 보였다. 강재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감정을 억눌렀다.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에요.” 주다인은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신고 있는 하이힐이 그녀에게는 너무 높았다. 키가 170cm여서 병원에서 플랫슈즈만 신었던 그녀가 언제 높은 굽의 신발은 신어보았겠는가? 겨우 한 걸음 내딛자마자 주다인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눈빛이 움찔했다. 땅에 넘어지기 직전 그녀는 한 남자의 품에 안겼다. 주다인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급히 품에서 벗어나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녀가 재빨리 물러서며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을 보며 강재혁의 눈빛에는 달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여자와의 스킨십을 싫어했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괜찮은 것 같았다.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주다인은 조심스럽게 걸어갔지만 마음속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강 대표님, 아무 이유 없이 저를 도와주실 분이 아니잖아요.” 강재혁이 걸음을 멈추었다. “내 의도를 의심하는 거예요?” 주다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강재혁이 말을 이었다. “사실 다인 씨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서두를 필요 없어요.” 주다인이 강재혁과 함께 파티에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강 대표님이 어떻게 여자를 데리고 왔지? 송청아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저 여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요.” 주다인은 예의 바르게 서 있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긴장한 듯 손가락을 말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이제 사모님을 만나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파티장은 점점 더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주다인과 강재혁이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였다. 이윤희는 강 대표님이 왔다는 말을 듣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강재혁의 옆의 여자에게 시선이 닿자 쥐고 있던 와인 잔을 가볍게 떨며 발걸음을 옮겨 두 사람 앞에 섰다. 주다인은 애써 감정을 감추고 이윤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순간 이윤희는 눈빛이 흔들렸다. “강 대표님, 옆에 계신 이분은 누구시죠?” “주다인이에요.” 강재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에 이윤희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다인을 바라봤다. “주... 주다인 씨,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에요?” 이윤희의 목소리는 이미 흥분해서 떨리고 있었다. 주다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저는 고아예요.” 멀리에 있는 송청아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이 여자는 생각보다 수단이 좋은 것 같아. 재혁 오빠에게 빌붙어서 여기까지 들어온 거잖아. 나중에 가족으로 인정받으면 내 자리도 흔들릴 것이고 그럼 재혁 오빠와의 결혼도 물거품이 되겠지.’ 송청아는 두 주먹을 꽉 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앞으로 나아갔다. “엄마, 재혁 오빠.” 그녀는 주다인을 바라보며 일부러 놀란 척했다. “당신은 아빠 약을 바꿔치기한 의사 아니에요? 어떻게 여기에 왔어요?” 송청아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연회장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송하준이 입원했을 때 약이 바뀌어 죽을 뻔한 일은 비즈니스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병원 측은 사건에 연루된 의사를 정직시키고 처벌을 기다리게 할 정도로 두려워했다.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 사건 장본인이었다. 순식간에 연회장이 술렁는 가운데 누군가가 말했다. “의사로서 품행이 왜 이 모양이에요? 감히 송 대표님을 해치려 하다니, 대체 무슨 염치로 여기에 온 거죠?” 주다인이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친자 확인을 해볼 생각까지 했었던 이윤희는 순간 굳어버렸다. 잃어버린 지 20여 년이 되는 딸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이윤희는 마음의 짐도 덜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눈앞의 여자가 남편을 해치려 한 사람이라니? ‘내 딸은 이렇게 악독하지 않을 거야.’ 주변의 비난과 질타의 소리가 커졌지만 강재혁은 주다인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다인은 손에 힘을 너무 줘서 핏줄이 솟아 있었지만, 고개를 들고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송 대표님의 사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저는 저의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 이분이 이유 없이 악의적으로 추측하는 건 품행이 좋은 건가요?” 이 말을 들은 하객들은 숨을 죽였다. “이 의사 아가씨는 송청아 씨가 누군지 모르나 봐요? 감히 송씨 가문에서 애지중지하는 따님을 가르치려 하다니요.” 송청아는 많은 사람의 칭찬과 부러움을 받으며 자랐고 주변에는 아부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순진한 척 말했다. “제가 모함한 게 아니에요. 아버지가 지금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했으니 병원 측은 우리 송씨 가문에 설명을 해야 해요. 당신은 이미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도 제가 억울하게 한다는 거예요?” “병원 의사가 이렇게 꾸미고 일부러 우리 엄마와 비슷한 화장을 한 건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송청아가 먼저 공격했다. 엄마가 이미 흔들리고 있으니 주다인을 죄인으로 몰아붙여야 했다. “경호원, 이렇게 비열하고 심술궂은 여자는 우리 송글 그룹에서 주최한 파티에 참여할 자격이 없으니 어서 내쫓아요.” 주다인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오늘 저는 사모님께 송 대표님의 약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약속드리기 위해 왔어요.” 송청아는 일부러 주다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우리 엄마는 계속 딸을 찾고 있었지만 그동안 송씨 가문에 빌붙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주다인 씨, 수단이 너무 악랄하네요.” 송청아가 말을 하면서 손에 힘을 꽉 주는 바람에 주다인은 손목이 너무 아팠다. 경호원들이 무례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주다인은 눈빛이 흔들렸다. ‘사람들 앞에서 내쫓을 건가?’ 주다인은 송청아의 손을 뿌리쳤다. “송청아 씨, 오해했어요...” “아악!” 송청아는 이미 마음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지금 뒤로 넘어지면 주다인이 밀쳐 넘어뜨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창백하고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 “주다인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사건을 들춰내니까 화가 난 거예요?” 그녀의 말은 이윤희의 주의를 끌었다. 이윤희는 서둘러 송청아를 바라보았다. “청아야, 괜찮아?” 송청아는 훌쩍이며 말했다. “엄마, 저 안 아파요. 괜찮아요.” 그럴수록 이윤희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끌어내세요. 여긴 아무나 함부로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경호원들은 이미 주다인을 붙잡고 내쫓으려 했다. 주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눈가에 서러움이 피어올랐다... 그녀가 용기를 내어 발버둥 치며 몸싸움을 하던 중 누군가 어깨의 드레스를 힘껏 잡아당겼다. 어깨의 모반이 이윤희의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황급히 큰 소리로 외쳤다. “그만해요!” 경호원들은 이 말에 손을 흠칫하더니 황급히 주다인을 놓아주었다. 주다인은 숨을 고르며 서둘러 드레스를 정돈했다. 이윤희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주다인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모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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