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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좋아요.” 주다인은 조용히 발걸음을 떼어 강재혁을 따라 나섰다. 송청아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미동도 없이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를 악물고 이윤희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엄마, 정말 공평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오빠 좋아한 게 몇 년인데, 언니가 돌아왔다고 그 좋은 혼사를 언니한테 넘기겠다고요?” 이윤희는 생각에 잠겼던 시선을 거두고 송청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얼굴엔 평소의 다정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말투마저 단호해졌다. “청아야, 그동안 엄마가 가르쳐준 예의범절은 다 어디 갔니? 강 대표 앞에서 방금 무슨 태도니? 강씨 집안은 명문 중의 명문이고 강 사모님은 삼대가 모두 학문으로 이름난 가문 출신이야. 그런 집안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교양이야.” “강 대표이 다인이를 택했는데 내가 무슨 권한으로 그걸 거절하니? 청아야, 넌 언제부터 이렇게 철없게 굴었니?” 이윤희의 말에 송청아는 말문이 막혔다. 엄마가 정말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아챈 그녀는 억눌러왔던 분노와 질투심을 간신히 삼켰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전 정말로 오빠를 오래 좋아해왔어요. 지금은 그냥...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이윤희는 송청아가 눈물짓는 모습을 보며 결국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며 등을 토닥였다. “청아야, 억지로 맺어진 인연은 오래가지 못해. 강 대표가 다인이를 선택한 건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엄마가 네게 꼭 어울리는, 널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줄게. 알겠지?”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떼를 써봤자 소용없다는 걸 송청아도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이윤희만 더 화나게 할 바에야 차라리 순순히 굴어두는 편이 나았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 다 엄마 말 들을게요.” 두 사람은 서로를 안았고 이윤희는 송청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다독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이윤희의 등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송청아의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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