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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장

“설마 이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려는 건 아니겠지?” 은아는 하현이 진취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기뻤다. 만약 자신의 남편이 원한다면 그녀는 돈을 주고 하현을 해외로 유학을 보내도 괜찮았다. 그러자 하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유아 말이야.” “올해 고3이잖아. 곧 대학 가야 되니까.” “근데 우리 남원에 있는 대학은 별로라는 걸 알게 됐어. 유아는 아마 연경, 대구 아니면 소항으로 대학을 보내야 할 거 같아.” 은아는 실소하며 말했다. “하현, 유아 일은 엄마 아빠가 신경 쓰면 돼. 너는 형부일 뿐이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현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은아에게 오늘 자기가 학술모임에 가서 남원 교육계 사람들의 진면목을 간파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 “보아하니 일단 소항에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으니 그 김에 유아를 도와서 소항 대학상황을 살펴봐야겠다.” 하현이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전에는 소항에 가는 일이 그리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할 것 같았다. …… 남원 외곽의 복고풍 일본식 정원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키가 크고 허리가 불룩했고, 딱 봐도 화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누군가 정원의 대문을 확 밀어서 열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이 경호원들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똑똑히 보이자 그제서야 경계를 풀었다. 소씨 집안의 세자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왕인 홍인조의 수양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들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했어요! 게다가 뺨도 여러 대 맞았어요!” 거실에 들어서자 소강승은 무릎을 꿇고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홍인조는 부들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섬나라의 긴 칼을 들고 있었다. 그는 원래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눈을 뜨고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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