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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장

하현의 말을 듣고 민혁의 얼굴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설씨 어르신 역시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그들은 모두 은아가 마음씨가 착하고 말은 날카롭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 사정하는 것은 그나마 조금 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은아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이 모든 일을 맡겼다니 그럼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희정아, 너희 집 이제 데릴사위가 일을 맡아서 보는 거냐?” 설씨 어르신을 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분명 하현과 희정의 관계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그들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희정은 지금 하현을 욕할 마음이 아예 없었다. 보석과 옥석을 모두 검사한 후 또 현금을 살펴보더니 안색이 바뀌며 말했다. “설가주님, 이 예물들의 수가 안 맞는데요?” “우 대표님이 주신 선물 리스트와 비교해 보니까 별장을 제외하고 돈과 옥석은 절반 이상이나 줄었네요!” “안되겠네요. 이렇게는 승인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이 이 남은 물건들도 반드시 보충해놔야 합니다!” 이때 희정은 허리를 밀쳐내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 물건들은 모두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누가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누구의 목숨이든 앗아갈 듯 했다.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순간 안 좋아졌다. 그는 비록 희정이 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는 지금 가주의 신분으로 희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양측은 이미 의절했으니 설씨 어르신도 자기의 신분으로 희정을 누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씨 어르신은 자기에 애초에 왜 민혁이와 지연이의 말을 듣고 재석 일가를 쓸어버렸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업자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참 후에야 설씨 어르신은 심호흡을 하고 온화한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 “희정아! 우리가 물건을 모으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 우리가 남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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