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6장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뻔뻔하게 원가령이랑 사귀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전 단지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원가령은 당신 딸이지만 혼자서 충분히 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원가령은 온전한 자신의 삶이 있어요.”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요.”
“당신이 저더러 여기서 물러나라면 그러겠습니다. 아무래도 괜찮아요.”
“그러나 오직 원가령 입에서 그 말이 나와야 합니다. 원가령이 그렇게 말하면 저는 두말없이 바로 물러가겠습니다.”
“만약 원가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전 여기서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절 이 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이죠. 당신도 아니고 이 여자들도 아니죠!”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원가령을 대신해 이 단순한 논리를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원천신의 말과 행동으로 미뤄 보아 그녀가 통제욕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만약 그녀가 계속 이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원가령의 인생이 그녀의 모친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하현은 원가령의 친구로서 원천신에게 이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점에 관해서는 추호도 나설 생각이 없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고 있던 원가령의 눈엔 어느새 뭉클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현이 이렇게 자신을 존중해 주고 기꺼이 자신을 대신해 이런 말을 해 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 같은 거물을 상대하면서도 조금도 비굴하지 않았다.
순간 원가령은 마음속에서 안타까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만약 하현의 가문이 형편없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하현을 선택했을 것이고 의리로라도 그에게 시집을 갔을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 훈계를 늘어놓는 듯한 하현의 말을 듣고 원천신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하현 같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경멸하는 마음이 용솟음쳤다.
대단한 가문 도련님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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